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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셀러리 Nov 18. 2021

영화 골라주는 아주 사적인 시선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전설의 명곡 속에 숨겨진 백업 가수들의 이야기 (모건 네빌 감독)

이미지 출처 : 씨네 21



내게 노래는 나누는 거지 경쟁이 아니에요. 유명해지기 위해 뭐든 하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저 노래하기만을 원하는 사람도 있어요” - 리사 피셔 –

다큐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은 화려한 무대의 가장자리에서 유명한 팝 가수들의 백업 가수로 활동했던, 그리고 현재도 활동하고 있는 여러 뮤지션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의 원제이기도 한 이 ‘스무 발자국’이란 일종의 상징적인 의미인데 얼마나 큰 공연장에서 하는지 그 무대 스케일, 그리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와 백업 가수의 미묘한 사이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그중에서는 악덕 프로듀서를 만나 자신의 목소리에 다른 유명가수의 립싱크 곡으로 둔갑시켜 피해를 봤던 사람도, 생계를 위해 꿈을 접어야 했던 사람도(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사된 달린 러브) 나오고, 대중적으로 인지도도 있고 그래미에서 상도 탔지만 노래가 좋아 그저 묵묵히 백업 가수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고(스팅과 롤링 스톤즈의 대표 백업 가수인 리사 피셔), 팝가수의 인기를 기반 삼아 솔로 음반을 냈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좋지 않아서 잊힌 사람들도(클라우디아 레니어, 타타 베가) 나온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든 삶을 노래하는 그녀들의 열정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큰 울림을 준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고수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섞여서 어울리게 하는 노련함, 유명가수들을 돋보이게 한다는 자부심과, 팝 음악의 역사 한가운데 언제나 함께 했었다는 자긍심은 대중들이 대놓고 인정한 사람은 없었지만 우리가 있기 때문에 노래에 힘이 생기고, 생기가 넘쳐나 비로소 생명력 있는 곡으로 탄생된다는 생각을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다큐를 처음으로 기획했던 제작자는 ‘레너드 코헨’의 공연을 보러 갔다가 그가 뒤에 있는 백업 가수를 무대 앞으로 불러 자신의 멤버처럼 노래를 시키고, 후반에는 거의 듀엣으로 서로 교감하며 함께 노래 부르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그 이후 백업 가수들에 대한 계보나, 역사, 책이나 영화들을 찾아봤는데 자료가 전무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다면 본인이 한번 제작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감독과 여러 백업 가수들을 섭외에 그들의 진솔한 인터뷰들을 모아 다큐로 완성했다. 그리고 이 창작물은 그 해 선댄스영화제 최우수 작품상과 아카데미에서 장편 다큐멘터리 최우수상을 받는 쾌거를 이뤄냈다. 

처음의 백업 가수들은 스타의 들러리나 코러스 정도로 제한적인 역할을 해왔으나 점차 공연산업이 발달하면서 활발해지다가 제작환경과, 음악산업의 스타일의 변화로 주춤해진다. 이후 70년대 초 영국 로큰롤 가수들에 의해 다시 빛을 발하게 되고(영국 락그룹의 자유분방함과 정형적이지 않은 백업 가수들의 실력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 시점이다) 점차 그 역량이 커지면서 단순히 보조나 코러스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며 대중과 스타들에게 각인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본 후 평소에 그냥 들었던 노래에서 후렴구나 코러스 부분만 더욱 귀 기울이며, 다르게 듣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재미면에서도 훌륭하지만 백업 가수 덕에 자신들이 빛났던 유명 스타들의 지지 인터뷰( 스티비 원더, 믹 재거, 베티 미들러, 스팅,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등)와 공연 실황, 곡을 녹음했을 당시 스타들과의 에피소드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큐라고 해서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으며 백업 가수들의 연습장면과 한곡, 한곡 열정을 담아서 노래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감동의 선물을 받은 느낌일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백업 가수들의 삶과 아울러 팝의 역사도 차근차근 알아보는 계기도, 그녀들이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에 푹 빠지는 경험을 느껴보셨으면 좋겠다. 영화에 나오지 않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타의 뒤에서 영혼을 끌어내어 최선을 다해 부르는 모든 백업 가수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Written by concub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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