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혹은 대담 - 유명 팝 가수들의 세밀한 이야기
마돈나의 최고 전성기인 90년 'Blond Ambition Tour' 일정을 따라가는 그녀만의 개인적이면서, 공적인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최초의 콘서트 다큐멘터리 셀프 카메라다. 마돈나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독창성 있는 무대, 다양한 의상, 노래들을 무대 위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지만, 백스테이지에서 그녀가 얼마나 당당하게 자기 삶과 모든 쇼 비즈니스의 중심에 서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냈는지를 보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매 순간마다 자신이 생각하고, 행동하며 말하는 모든 것들이 꾸밈없이 그대로 나오는데 어떤 특정 상황을 강조하거나, 감추거나 미화하지 않는 날 것 그대로의 젊은 시절 마돈나를 볼 수 있다. 너무 성적인 모습만 비추고, 각종 스캔들이나 루머만 회자되어 보이지만 그 이면에 감추어진 그녀만의 인간적인 고뇌와 슬픔, 예술에 대한 완벽을 추구하려는 모습,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보수적인 가족들과의 갈등 등 기존 미디어를 통해 볼 수 없었던 진지함을 엿볼 수 있다.
다큐는 어떠한 주관적 개입 없이 투어 일정을 따라가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투어를 시작하며 앞으로 같이할 댄서들에게 모성애를 느꼈던 감정, 그 당시 최고 스타였던 안토니오 반데라스에게 반해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냈던 일, 무대 뒤 다양한 셀럽들을 맞이하며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그들의 비아냥에 화를 냈던 일 (특히 케빈 코스트너는 콘서트를 다 본 후 무대 뒤로 찾아와 축하한다며 ‘Neat’이란 표현을 썼는데 마돈나는 내가 자부하는 최고의 쇼에 겨우 그런 표현을 쓴다는 것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외설 논란에 휩싸여 콘서트에 경찰들이 포진해있자 기자회견을 열어 표현의 자유에 대해 당당하게 말했던 일, 동성애 문화를 지지하며 그들의 대담한 표현과 자유를 근사한 방식으로 드러냈던 일 등등 감독에게 24시간 내내 자신을 찍게 했고, 온갖 모습이 다 드러나 보이는 새로운 형식의 영화를 완성했다. 그 당시 남자 친구였던 워렌 비티는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며 이런 미친 짓(?)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그녀는 “내가 왜 그만둬야 하는데?”라는 대답으로 반문했다. 어쩌면 마돈나는 이런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와 동시에 꼭 해야만 하는 어떤 당위성을 느꼈는지도 모를 일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정의의 시각은 다양하지만 마돈나의 이런 행보들은 그 당시 대중스타였어도 수동적이고, 순종적이었던 여성들에게 굉장한 지지를 이끌어 냈다. 어떤 사안에 대해 금기시하고, 무조건 반대의 목소리를 내던 기존 페미니즘의 형태에서 직접적으로 그 부분을 언급하고, 자신이 드러내 보이며 행동으로 표현했던 모습이다. 그녀의 노랫말 가사처럼 ‘Exprsee yourself’- 사랑에 대해 차선을 선택하지 말고 너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해라, Papa don’t preach-나는 미혼모가 될 거예요 아기를 키울 거예요, Material girl-나는 현금이 좋은 속물이야! Vogue-What are you looking at! 등을 외치며 기존에 없었던 파격적인 가사로 그녀만의 주체적이고 당당한 모습이 바로 페미니즘의 다른 버전으로 피력했음을 알 수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라이브 버전은 실제 콘서트장에 와 있는 것처럼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진다. 모든 장면이 다 흑백이지만 역동적으로 춤을 추며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컬러로 전환되며 압도적인 사운드와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가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일으키게 한다. 그녀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마돈나’라는 하나의 온전한 예술인으로서 그녀를 만나고 싶다면 꼭 보기를 추천한다. 30년 전 주류의 금기를 깨고 나와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당당한, 카리스마 있는 그녀 모습에 다 보고 나면 누구나 사랑에 빠짐과 동시에 존경심마저 느껴질 것이다.
written by concu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