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완벽했어요!" 블랙스완
대런 아르노프스키의 2010년도 작품 블랙 스완입니다.
뉴욕 발레단에 속해있는 니나(나탈리 포트만)는 새롭게 시작되는 ‘백조의 호수’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다. 감독인 토마스(뱅상 카셀)는 그녀가 순수하고 아름다운 역할의 ‘백조’는 어울리지만,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흑조’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공연이 다가올수록 흑조를 완벽히 연기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며 점점 중압감에 시달리는 니나. 공연이 다가올수록 자신과 다른 모습의 흑조를 생각하며 환각과 망상에 괴로워한다
<블랙 스완>은 ‘레퀴엠(2000)’, ‘더 레슬러(2008)’와 같은 자신만의 세계에서 독특한 작품을 연출해왔던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의 5번째 작품이다. 그는 우연히 ‘백조의 호수’ 발레 공연을 보러 갔다가 백조와 흑조를 같은 무용수가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동일인물의 캐스팅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한다. 그 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영화 시작 8년 전부터 나탈리 포트만을 캐스팅해 하루에 다섯 시간씩 발레와 수영으로 혹독한 훈련을 시켰고, 그 결과 그녀는 이 작품으로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근접 촬영을 통해 불안한 니나의 얼굴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완벽함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으라며 몰아붙이는 토마스, 그녀에게 없는 섹시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동료 무용수 릴리(밀라 쿠니스), 선배인 베스(위노나 라이더)처럼 최고의 위치에서 몰락해 버릴 것 같은 불안감, 딸에게 집착하며 통제하려는 엄마(바바라 허쉬) 그 사이에서 실제 자신의 모습과 극 중 흑조의 모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시종일관 관객에게 전달된다. 그녀 내면의 심리적인 모습 외에 몸에 나타나는 이상 변화,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 보이는 착각 같은 시각적인 부분들도 니나의 불안한 모습을 디테일하게 보여주기 위한 감독의 연출이 돋보인다. 어쩌면 도식적인 장면으로 보일 수 있으나 과잉되지 않은 감정의 모습은 나나에 대한 연민으로 느껴지게끔 관객을 유도한다.
주연을 맡은 나탈리 포트만은 발레를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서 실제 발레단 무용수처럼 사실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그런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백조와 흑조 사이에서 갈등하는 강박, 정신분열 증상 등 완벽함에 다가가려는 모습이 실제 연기와 극 중 캐릭터의 몰입이라는 두 가지 연기를 완벽히 소화해냈고 이제까지 선보였던 이 전 작품과 결이 다른, 그녀만이 가지는 연기의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었다.
발레는 아름답다. 화려한 외관과 기품 있고 우아한 몸동작, 아름다운 음악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황홀감에 도취되기에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물속에서는 하염없이 발버둥 쳐야 하는 백조의 모습처럼, 완벽을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필연적인 것들이 있다. 엄마가 갈망하는 백조의 아름다움, 토마스가 원하는 도발적인 흑조의 관능미, 대중들이 원하는 그 두 가지의 완벽한 모습. 극 속에서 오롯이 ‘니나’만을 위한 자아는 없다. 어느 누구도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모습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그 와중에 니나는 혼란스러워한다. 과연 타인의 욕망에 투영된 완벽함은 결국 자기 자신이 없어져야만 하는 것인가?. 영화는 니나 스스로 그것을 깨달으며 결국 죽음으로서 완성했다. 극 속에서 이리저리 방황하는 니나와 영화를 보는 나의 모습은 동일시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들도 살면서 ‘사회와 현실 vs 자아’ 이렇게 구별하면서 혼란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영화는 어떠한 해답이나 명확한 결론을 내려주지 않는다. 결국은 다른 여타 영화와 비슷하게 선택은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몫이라는 부분을 상기시켜 줄 뿐이다. 예술의 완벽을 위해 꼭 이런 희생이 있어야 하는 걸까? 다른 희망적인 방법은 없는 것 인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생각해야 할 주제인 건 분명한 것 같다. 영화 속 ‘니나’라는 캐릭터를 통해 우리들 각자가 간접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Written by concu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