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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셀러리 Oct 26. 2021

영화 골라주는 아주 사적인 영화 선택

평범함 속에 감춘 은밀한 욕망 ‘영화 <헤드 버스트 head burst>

먼저 분명히 말해둘 게 있습니다. 이건 고칠 수 없어요. 방법이 없죠. 그냥.. 범죄로까지 이어지지 않게끔 심리적인 부분을 도와줄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먼저 본인의지가 더 중요해요 "

올해 11월에 있었던 ‘서울 국제 프라이드 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독일 영화 '헤드 버스트' (원제 : Kopfplatzen-폭발하다 라는 뜻)를 봤다. 영화 속에서 30대의 성공한 건축가 마르쿠스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사람이지만. 사실 어린 남자아이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페도필리아'(pedophilia ) 성향이 있다. 가족이나 친구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이런 부분을 말하지 못하고 혼자 고민하며 괴로워한다. 영화는 두 시간 내내 아이들에게 향하는 마르쿠스의 위험한 집착을 아슬아슬한 긴장감 속에서 비판적으로 풀어간다. 이 영화는 2020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영화를 소개하는 포럼 익스펜디드(Forum Expanded) 부분에서 가장 큰 화제를 일으킨 작품이라고 한다.

난 영화제 카탈로그를 통해 한 줄짜리 시놉시스를 보고 아무런 정보 없이 보게 됐다. 내가 이 영화를 보기로 결심한 건 이제까지 이런 주제를 다룬 영화가 없어서 어떤 식으로 표현했을지 그 방법이 궁금하기도 했고, 사회적으로 문제성 있는 이런 사람들에 대한 어떤 해결책이나 결과를 말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이런 내 궁금증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사실 영화를 통해 크게 정답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뭔가 있을 줄 알고 내심 기대했었나 보다. 그냥..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임을 더욱더 명확하게 인지하는 계기가 됐다.

주인공은 어렸을 때 성적으로 학대를 당한 적도 없고, 화목한 가정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평범하게 자랐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이며, 건축가로서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며 일하고 있었다. 자신도 이런 본인의 모습에 괴로워하며 매일 밤 산책과 격렬한 운동으로 이런 욕망이 없어지길 스스로 억제하고 있다.

처음으로 아주 어렵게 주치의에게 자신의 이런 성향에 대해 말하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주치의는 완전히 화를 내면서 지금 당장 나가라고 호통을 치며 내쫓았다. 그를 아끼던 가족들은 당분간 우리에게 연락을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어렵게 정신과를 찾았지만 정신과 의사는 위의 말처럼 평생 고칠 수는 없다고...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절망적인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은 마르쿠스는 대성통곡하며 우는데 이건 자신의 자유의지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불가항력적인 성적 취향 이기에 더욱더 괴로워하며 마음 아파하는 모습이 애달프게 느껴졌다.

극 중 마르쿠스는 공원에 홀로 갇힌 늑대를 보고, 늑대와 눈 맞춤을 하며 계속 쳐다보는 장면이 몇 번에 걸쳐 나온다. 감독이 이 장면을 통해 의도했던 건 무엇일까? 계속 늑대와 마르쿠스가 한 프레임에 같이 나오는 장면을 왜 여러 번 관객들에게 보여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마르쿠스와 늑대는 평소에는 얌전하지만 그 속에는 악마성을 품고 있다는 것에 동일시된다. 큰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욕망은 어쩌면 같은 성향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같이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주인공 마르쿠스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 괴로움을 보여주고 관객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는 부분임을 말하고 있다. 관객인 나는 카메라의 시점과 동일시하며 주인공에게 안타까운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또 막상 반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마냥 안타깝게만 봐야 하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어떤 게 맞는 건지 정답은 없지만 자신의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이런 부분은 무조건 주인공을 탓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두 시간 동안 주인공에 감정이입에 되어 영화를 보는 내내 슬펐다. 그 슬픔의 여운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는다. 정말 어려운 주제임은 분명한 것 같다.

 written by concub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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