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지나쳐버린 설악산

by MySnap

바다 보러 속초를 정말 많이 다녀왔다. 그리고, 그만큼 설악산을 수없이 많이 지나쳐갔다. 미시령 고개를 넘어가면 저 멀리 웅장한 모습을 나타내는 울산바위를 보면서 저기가 설악산이라고 생각만 했다. 내가 중학생 때인가 초등학생 때인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설악산에 간 적이 있었다. 그저 가봤었다만 기억을 하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속초를 왕복하면서 수없이 봤던 설악산을 단 한 번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한 번도 들리지 않았을까란 의문이 들지만, 집 가까운 산에도 거의 안 가는 나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이번 속초 여행 중에 색다른 곳을 검색하다가 속초 케이블카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일출을 보거나 바닷가 도시에 왔으니 여유를 즐기기 위해 아침부터 바다로 간다고 하지만, 익숙해져 버린 속초에서 나는 한 번쯤은 바다를 포기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바로 체크아웃을 하고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사람들이 별로 없었기에, 웨이팅 없이 바로 케이블카를 탑승했다. 작년에 스위스 여행을 갔을 때 피르스트에 오르기 위해 탔던 케이블카가 생각났다. 저 멀리 보이는 아이거 북벽과 융프라우를 바라보며 올라갔는데, 설악산에서 탄 케이블카에서 그때와 똑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 다녀왔는데, 한참 오래전에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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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 멋졌다. 여태 설악산에 한 번도 안 와본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였다. 우리나라의 산도 해외의 그 어느 멋진 산과 견줄만한 풍경을 지닌 것은 확실하다. 5분 정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바로 눈 앞에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 든다. 저 멀리는 속초시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앞에는 푸른 바다가 있었다. 산에 오르는 이유는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서 인 것 같았다. 케이블카가 정말 고마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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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정도를 걸어서 위로 올라가면, 최종 목적지 '권금성'이 나온다. 처음 올라왔는데,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0에 수렴하는 날씨 덕분에 정말 선명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올라오는 사람들도 모두 나처럼 감탄사를 자아냈다. 정말 멋있다. 이 한마디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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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을 한 장의 사진으로 담고 싶었는데, 어떻게 담을지 고민하다가 파노라마로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이 모습을 사계절마다 담고 싶어졌다. 그래서 2019년 개인 프로젝트로 하겠노라 다짐했다. 각 계절마다 1번씩만 방문하면 되는데, 과연 해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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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속초를 다녀오면서 처음으로 바다를 포기하고 산으로 왔는데, 더 멋진 장관을 만났다. 그리고, 오랜만에 사진에 대한 열정도 생겼다. 속초를 수없이 왕복하며 지나가기만 했던 설악산이었지만, 이제는 속초 올 때마다 한 번씩은 들리고 싶은 필수 장소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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