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서 먹었던 음식 중 가장 맛있게 먹었던 것은 쌀국수가 아닌 분짜였다. 처음부터 맛집을 찾아간 것은 아니었고, 길을 걷다가 엄청 허름해 보이는 분짜 식당이 보여서 그냥 들어갔다(귀국하고 나서야 유명한 집인 줄 알았다). 조촐한 테이블에 목욕탕에서나 볼법한 의자가 놓여있었는데, 낮은 좌석 때문에 불편하게 앉은 다음 분짜를 주문했다.
먹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그냥 놓인 재료들을 하나 넣고 맛보기를 반복해서 내 입맛에 맞게 만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적. 달콤하면서도 신맛이 가미된 것이 계속 나의 구미를 당겼다. 그리고 시원한 맥주와 함께 먹으니 무더운 날씨에 없어졌던 입맛도 다시 살아났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수많은 음식들을 먹어봤지만,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는 바로 이 날 먹었던 분짜이다. 비록 깔끔한 레스토랑이 아닌 길거리에서 먹었지만 그 어느 음식보다도 훨씬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