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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Feb 27. 2019

초면에 음식 나눠 먹는 어색함이란

2014. 베트남 하노이


편도 4시간의 지겨운 이동 시간 후에 오늘의 목적지, 하노이 여행의 꽃이라고 하는 하롱베이에 도착했다. 티켓팅을 하고 배를 타니, 식당칸 같은 좌석이 나를 맞이했다. 일행 빼고 전부 초면이었다. 투어 회사를 통해서 만난 사람들이었는데, 한국인만 있는 것이 아닌 외국인들도 같이 섞여 있었다.


처음 보는 이들과 한 테이블에 합석했다. 그리고 뻘쭘한 이 시간이 그냥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양한 요리들이 나왔다. 배가 출발하기 전에 미리 식사를 하는 것이었는데, 사실 난 포함된 식사에 대해서 전혀 기대를 안 했었다. 그런데 나오는 음식들이 꽤 비주얼도 좋고 나름 괜찮은 구성들로 나왔다. 


2014. 베트남 하노이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초면이라 뻘쭘해서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누가 먼저 음식을 덜어가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눈빛들이었다. 벽에 달린 시계의 초침 소리가 들릴 정도로 적막했는데 결국 내가 먼저 젓가락을 들었다. 음식들을 먹어보니 맛도 꽤 좋았다. 다만, 고수가 들어간 음식들이 많아서 어느 정도 감수를 해야 했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초면에 만난 사람들과 말 한마디 없이 음식에만 집중하는 것이 직장 상사와 가진 불편한 자리인 것처럼 조용했고, 그로 인해 음식에서 느껴지는 고수 특유의 맛이 나의 미각을 강하게 자극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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