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찾아오다.
저번 주 금요일 퇴근하고, 저녁을 먹다가 급하게 주말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가 정한 곳이 안동이었다. 내가 안동을 처음 방문했을 때가 2013년 9월 초였다. 대구에서 회사 사람의 결혼식이 있어 내려갔다가 그냥 올라오기 아쉬워서 들린 곳이었다. 하회마을, 병산서원, 월영교를 들렸는데, 이때의 가장 큰 아쉬움은 혼자서 밥 먹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배가 고파서 안동에서 유명한 찜닭, 간고등어를 먹어보고자 식당들을 둘러보니 기본 2인 분부터 팔았다. 2인분 주문해서 먹고 남은 음식을 포장해도 되겠지만 그 북적거리는 곳에 혼자 앉아서 처량하게 밥을 먹기도 싫었다. 그래서 그냥 빨리 둘러보고 올라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먹고자 했었다.
4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기억이 나서 예전 사진들을 한번 꺼내봤다.
나름 열심히 찍었던 것 같다. 하회마을을 직접 걷고 있다는 것이 그냥 좋았고, 밤에 월영교에서 야경을 찍으며 여유롭게 즐긴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정말 아쉬웠던 것이 음식에 대해서는 전혀 즐기지 못했다는 거였는데, 이번에는 와이프와 같이 가는 거였기에 꼭 찜닭과 간고등어를 먹기로 했다. 이미 나는 한번 다녀온 여행지였고, 급하게 떠나는 거였기에 큰 일정을 두지도 않았다. 다시 한번 가보고 싶었던 하회마을을 목적지로 정했다.
13년도에 못 가봤던 부용대도 올라가 보고, 예전에 걸었던 길을 다시 걸어보았다. 바뀐 것은 크게 없었지만, 점점 신축 건물들이 생겨나면서 아쉬웠다고 해야 할까. 여기서 생활하시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하겠지만 여기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오랜 정취를 느끼고 싶어 오겠지만 점점 그런 것들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집에서 늦게 출발해서 하회마을만 둘러보니 다른 곳 가기도 애매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오랜 숙원인 찜닭을 먹으러 찜닭 골목으로 갔다. 나름 블로그 검색해서 유명하다고 판단되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4년 만에 소원 성취를 한다는 생각에 처음 한입 하고 느낀 것이,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맛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찜닭이니까. 다만, 안동에서 유명한 음식이라고 해서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했었는지 모르겠다. 잘 따져보면 유명하다고 했지 맛있다고는 안 했으니까.
솔직히 맛으로만 본다면, 그냥 동네에서 맛있다고 먹은 찜닭집이 훨씬 더 나은 것 같았다. 내가 식당을 잘못 골라서라고 생각은 안 든다. 맛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차이가 어마하다고는 생각이 안들 정도였다. 그래도 배부르게 다 먹고 나니 소원 성취의 쾌감이 몰려왔다.
배도 부르고, 월영교 야경을 보러 갈까 하다가 숙소 사장님이 오늘 무슨 축제가 있다고 하길래 한번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주변에 사회 보는 소리, 사람들 떠드는 소리, 음악 소리가 어울리면서 축제라는 느낌은 들었지만, 배가 너무 부른 상태라 산책하듯 둘러만 보았다.
주중에 회사 업무로 피로도가 오른 상태에서 여행을 떠나왔더니 피로가 확 몰려와서 남은 시간은 숙소에서 그냥 보내기로 했다. 월영교로 가서 야경을 볼까도 했지만, 나는 이미 한번 본 적이 있고 와이프도 피곤해해서 TV만 보다가 그냥 잠들었다. 나의 여행 스타일은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쓰지만, 이렇게 무계획으로 와서 그냥 쉬는 것도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눈뜨자마자 분주해졌다. 안동에서 유명한 맘모스 제과에서 크림빵을 사기 위해서다. 오픈 시간보다 약간 늦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못 살까 봐 서둘러 갔다.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빵을 보고 있었다.
크림빵, 도넛, 단팥빵을 구매해서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즐겼다. 확실히 맛은 있었다. 특히, 크림빵은 느끼할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적당히 잘 잡아내서 치즈 고유의 느끼함이 전혀 없었다. 빵으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한 손에는 쇼핑한 빵을 들고 숙소로 천천히 걸어갔다.
어제 안 지나갔던 새로운 길로 지나가는데, 창문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밖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월영교 산책하러 가는 길에 아침 겸 점심으로 간고등어를 먹으러 갔다. 4년 전에 못 먹었던 설움을 다 떨쳐내기 위해서, 다시 한번 유명한 맛집으로 검색해서 갔다. 아직 이른 점심시간인데 만석이었다. 겨우 자리를 잡고 간고등어구이와 조림을 주문해서 먹었다.
역시, 집에서 먹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 생각하는 딱 그 맛이었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그래도 따뜻한 밥과 환상의 궁합을 이루기에 맛있게 잘 먹었다. 유명한 음식이라 특별한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평범했던 점이 아쉬웠다. 이게 맞는 것인데, 4년 만이라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한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월영교 산책을 갔다. 이미 해가 머리 위에 있었기에 천천히 걸으며 정자에서 쉬다가, 그늘을 위주로 크게 한 바퀴 둘러보았다. 낮에 월영교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밤에도 매력이 넘치는 곳이었지만 낮에도 산책하기 참 좋은 곳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분수가 나오면서 멋진 장관을 이루었다.
월영교 주변을 산책하며 쉬다가, 임청각을 가보기로 했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하면서 갑자기 핫플레이스가 되는 곳인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상룡 선생이 낙동강 상류지역에 자리를 잡아 어마한 부를 축적했다고 한다. 당시 집이 99 채였을 정도로 어마했다고 한다. 일제 강렴기때 독립운동을 위해 모든 재산을 만주로 옮겨 독립운동을 위해 모두 사용했다고 한다. 혼자가 아닌 그 일가 전체가 말이다.
최근에 임청각을 꼭 복원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 따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안동에 온 김에 한번 들려보기로 했다.
천천히,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둘러보았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와이프와 잠깐 얘기를 했다. 우리는 이렇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가며 독립운동을 할 수 있을까. 서로 쉽게 대답은 못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에.
임청각을 뒤로하고, 안동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최근에 해외여행이 잦아서 국내 여행을 잘 못하고 있었는데, 한동안은 국내를 위주로 좀 다닐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