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세라트와 와이너리 투어 그리고 세비야로 떠나다.

3 Days

by MySnap

스페인 여행의 셋째 날의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하늘에 구름이 많이 꼈다. 그러나 걱정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바르셀로나의 날씨는 아침에 구름이 많지만 낮이 되면 다 사라진다. 매일 그랬다.


오늘은 '몬세라트 + 와이너리 투어'의 일정이 있다. 그리고, 밤 비행기로 두 번째 도시인 세비야로 넘어간다.





내가 호텔을 '바르셀로 산츠'로 잡은 이유는, 이 날 때문이다. 투어 약속 장소가 'Sants Estacio 역'의 Pans 앞이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들리는 곳 중 하나인 몬세라트. 어떤 곳일까?


몬세라트는 바르셀로나에서 약 53km 떨어진 근교에 있는 산으로, 아서 왕의 성배 전설에 등장하는 베네딕트의 산타 마리아 몬세라트 수도원이 절벽에 위치한 곳이며, 세계 4대 성지로 손꼽히는 수도원이다. 그래서 기독교 신자들에겐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성지순례를 위해 종교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고 한다.


또한, 가우디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몬세라트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바르셀로나에서 몬세라트까지 가는 방법은 바르셀로나 에스파냐 역에서 몬세라트행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으며,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세비야로 넘어가는 일정 때문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고자 투어를 신청하였다.



몬세라트로 출발하기 전, 모임 장소인 'pans'에서 급하게 샌드위치랑 감자튀김으로 배를 채운 후, 밖을 구경하며 한참을 달리다 보니 멀리 뾰족한 산이 보였다. 이 산이 보이면 몬세라트에 다 왔다는 신호이다. 그리고 언덕길을 굽이굽이 올라가다 보면, 오늘의 목적지인 몬세라트에 도착하게 된다.




몬세라트에 도착하면, 정렬된 아치형 문이 우리를 반겨주었고 이내 나타나는 전망대에서 바라 본 그 풍경은 정말 광활하며 아름다웠다. 눈앞에 펼쳐지는 이 풍경을 글과 사진으로 표현하기엔 부족한 것 같다.

직접 느껴야 한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눈앞에 펼쳐진 풍경. 한 동안 이 풍경을 즐겼다.



몬세라트에 도착해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이동한다. 수도원에 들어가기 전에 주변을 돌아다니며 주변 구경을 했는데, 그때 만난 고양이는 사람이 무섭지 않은지 다가가도 도망가지도 않고, 오히려 자기가 먼저 다가온다. 한 동안 인기스타였다.



경치를 감상하며 수도원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이동하는데, 걸어가는 동안 발걸음이 쉽게 안 떨어진다. 가는 길이 너무 예뻐서 다들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었다. 이런 풍경을 무시하면서 지나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수도원 앞에 도착했다. 수도원의 건축 양식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래서 난 셔터 누르기에 정신이 없었다. 수도원 내부에 들어가려면 정해진 시간이 있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가이드는 몬세라트 역사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이드는 이런다. '재미없는 내용이므로 듣는 척만 하시고 구경하세요'라고. 그래서 이를 기다리며 많은 관광객들이 수도원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수도원 내부에서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있다. 검은 마리아상도 촬영이 사실상 금지이다. 하지만 들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꺼내 들어서 몰래몰래 찍고 있다. 나도 눈치를 보며 입구에서 몰래 찍고 바로 카메라를 넣었다.


여기서, 검은 마리아상은 손 위에 있는 구슬을 잡고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어 기도를 하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또한, 몬세라트 하면 유명한 것 중 하나가, 에스꼴라니아 합창단이다. 14세기에 창립되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합창단이며, 빈 소년합창단, 파리나무십자가 합창단과 함께 세계 3대 합창단으로 꼽힌다.


이 합창단은 몬세라트 수도원 외에서 합창은 하지 않으며, 하루에 공연을 두 번밖에 하지 않는다. 또한, 구성원이 변성기가 오지 않은 어린아이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합창단의 단원이 되면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혜택이 어마하다고 한다. 그래서, 합창단 단원이 되기 위한 사교육을 받기도 하며, 경쟁률은 무려 1500:1이라고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변성기가 온다면 단원이 될 수 없어서 나가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여름에는 방학 기간이 있기 때문에 공연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에는, 방학이기 때문에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지정된 시간이 되자, 수도원의 문은 열렸고 관광객들이 순서대로 들어갔다. 성당 내부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와는 또 다른 웅장함과 화려함이 있었다. 무지개 빛의 화려함이 사그라다 파밀리아라고 하면, 몬세라트의 수도원 내부는 상당히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수도원을 구경하고 나오면, 개인 자유 시간이 주어지는데 나는 산악 열차를 타기로 했다. 수도원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몬세라트 산 위로 올라가는 산악 열차가 있는데, 이를 타면 점점 멀어지는 몬세라트를 바라보며, 산 정상으로 향하게 된다. 이 또한 새로운 경험이었으며, 가파른 산을 이렇게 올라가니 약간 아찔하기도 했다.



몬세라트 산 위에 올라오니, 뜨거운 땡볕 아래 그늘 하나 없었다. 그 햇볕을 그대로 맞으며, 산 위를 걷는데 그 경치 또한 예술이다. 이미 난 타버릴 때로 타버렸기에, 이 햇볕을 그냥 즐기며 걷기로 했다. 그렇게 조금 걸었을 까, 더 이상 걷다간 탈진할 것 같아서 다시 수도원 쪽으로 내려왔다. 수도원을 구경하고, 산악 열차를 타고 몬세라트 산 위도 트래킹을 하고 났더니 배가 고파졌다.



그래서 밥을 먹으로 이동했는데, 몬세라트에 있는 뷔페식 레스토랑으로 정했다. 보통 관광지의 뷔페는 크게 먹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맛은 더욱 기대를 안 하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들린 곳은 달랐다. 다양한 음식부터 모든 음식들이 하나같이 맛있었다.


특히, 여기에서 마셨던 맥주는 스페인에 있으면서 마셔본 맥주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바르셀로나의 대표 맥주 '에스트렐라 댐(Estrella Damm)'이다. 그 맛이 너무 좋아서, 몇 잔을 마셨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뒤에 일정이 있기 때문에 취할 때까지 마실 순 없었다는 것이 많이 아쉬웠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이 중 베스트는 당연히 맥주다.'


다음 일정은 'CAVA 와이너리'다. 그래서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도 오면서 봤던 그 풍경을 보면서 가야 하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셔터를 누르면서 걸어갔다.



톱니 모양의 몬세라트를 점점 멀리하며 오늘 투어의 마지막 목적지인 와이너리 장소에 도착했다. 도착하면, 와인병 모양의 자동차들이 서로 사진 찍어달라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와이너리에서 가이드가 표를 끊고, 띠를 팔에 둘러주면 간단한 설명 영상 감상 후에 투어를 시작하게 된다. 한층 한층 내려가면서, CAVA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느끼게 된다. 지하로 내려가면, 와인을 숙성시키는 수많은 오크통이 자리를 잡고 있다. 보여주기 식이 아닌 진짜 와인이 담겨있는 오크통이다. 그래서 숙성되는 냄새가 코를 찌르기도 하지만, 거부할 정도의 냄새는 아니었다. 생각보다 꽤 넓은 장소들이 펼쳐져있어서 과연 땅 밑에 어느 정도의 공간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CAVA 와인의 모델

와인을 들고 있는 소년의 그림은, CAVA 와인의 모델이기도 한데 회사에 다니는 직원의 아들이라고 한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회사를 찾아오며, 직원들에게 해피바이러스를 전했다고 하는데, 이 소년의 모습은 스페인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하긴 어린 소년이 술병을 들고 있는데 어느 나라에서 좋아하랴. 교육상으로 좋지 않으니 스페인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스페인에선 교육상 좋은 것인가란 생각도 살짝 해봤다.


CAVA REAL에서 REAL은 '리얼'이 아닌 '레알'이라고 읽는다. 즉, 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레알이란 이름은 왕이 하사하는 칭호이다.


그래서 아무나 REAL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왕이 하사를 해야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CAVA 와인 중에 REAL이 들어간 것이 있는데, 이는 왕이 시음하고 하사한 이름이라고 한다. 와이너리 투어가 끝나면 시음을 할 수 있다.



시원하게 한 모금 하는데, 그 청량감이 어마하다. 목을 톡 쏘는 느낌이 정말 예술이다. 그 풍성한 탄산을 탄산음료에서도 느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 맛에 반해서, 나는 여기에서 제일 비싼 CAVA를 사서 한국으로 가지고 왔다. 이게, 스페인 여행이 끝날 때까지 어마한 짐이었는데, 그래도 그 맛을 한국에서 보겠다는 신념 하나로 끝까지 중간에 마시지 않고 결국 한국에서 마셨다.


바르셀로나에서 셋째 날 투어까지 마치고, 다음 여행 도시인 세비야로 넘어가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했다. 마지막에 다시 바르셀로나로 돌아오는 일정이었지만, 공항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첫째 날에 가방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내가 놓친 수많은 장면들이 지나갔다. 다시는 못 담을 장면들이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이 기분을 알 것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수많은 장면들을 담지 못하는 슬픔.


그래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꼭 다시 한번 스페인을 오기로 마음먹었다. 아마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완공되는 그 해에 오지 않을까 싶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되었고, 나는 세비야로 가기 위해 비행기 탑승을 했다. 스페인 내에서 부엘링 항공만 이용했는데, 저가 항공 중에서 평이 제일 좋았기 때문이다.


얼마 날지 않아 난 세비야에 도착했는데, 이미 한참 늦은 시간이었다.


공항을 나왔는데, 차들이 없다. 택시조차 없다.

순간 당황했지만 그래도 기다리다 보니 택시가 겨우 한대 도착해서 다른 사람 눈치 볼 것 없이 일단 잡아탔다.

세비야의 호텔은 다음 여행 도시인 '그라나다'를 가기 위해 이동하기 편한 곳으로 잡았다. 'Sevilla Santa Justa'역 바로 앞에 있는 아이레 호텔(Ayre Hotel)이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이른 아침부터 투어 하고, 세비야로 넘어오니 급 피로가 몰려왔다. 길었던 셋째 날의 하루도 이렇게 마무리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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