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5 Days

by MySnap

여행의 다섯째 날.


아침 일찍 나는 그라나다로 이동하기 위해 기차역으로 왔다. 전날 그라나다로 가는 렌페 열차 티켓을 미리 수령하였기에 기차역으로 갔는데, 출발 20분 전까지 플랫폼 번호가 나오질 않아 엄청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 렌페 인포에 가서 몇 번 문의를 했지만, 아직 플랫폼 오픈이 안되었다는 답변만 돌아왔는데 한국의 빠름에 나도 적응이 되어서 참을성이 줄어들었나 보다.


곧 플랫폼 번호가 나오고, 기차에 몸을 싣고 난 그라나다로 출발했다.


DSCF4401.jpg 조마조마하며 렌페를 타러 간다


달리다 보면 창밖에 올리브 농장들이 많이 등장한다. 스페인은 올리브 생산지로도 유명해서 그런지 보이는 풍경의 대부분은 올리브 나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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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페인에 갔을 때, 세비야와 그라나다 구간이 공사 중이어서 중간에 기차에서 내린 후 버스로 그라나다로 이동하게 된다. 그래서 기차+버스 투어를 하면서 그라나다로 가게 되었다. 예상 밖의 상황이었지만, 기차 내에서 표 검사하는 직원이 친절하게 환승을 위해 내릴 역을 알려주고,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따라가면 또 가는 목적지에 맞는 버스로 안내해주기 때문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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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로 1시간 30분가량을 달려 드디어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버스로 이동했지만, 그라나다 기차역에 내려다 준다. 이렇게 친절할 필요는 없는데.. 덕분에 걷는 거리가 조금 더 늘어났다. 그라나다 기차역에서 예약한 호텔까지 걸어서 20분 정도면 갈 수 있기에, 구경도 할 겸 천천히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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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시간에 그라나다에 도착해서인지, 상가들이 손님맞이 준비를 위해 거리를 청소하고 있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예약한 호텔이 나왔고, 체크인하고 본격적인 구경을 위해 한 손에는 카메라를 쥐고 나왔다.


스페인 여행 중 가장 좋았던 도시는 어디였냐고 물어본다면
난 자신 있게 그라나다라고 대답한다.


스페인을 떠나기 전에 내가 생각했던 느낌이 있는데 딱 그라나다와 맞아떨어졌다. 비록 짧은 시간 체류했지만 이 도시의 매력에 빠져서 특별히 기념 자석 외 그라나다라고 새겨진 열쇠고리도 추가했다.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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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도 바르셀로나와 세비야 못지않게 골목이 상당히 예쁜 도시다. 바르셀로나, 세비야와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호텔 뒤로부터 이어지는 거리 'Calle Elvira'를 오가며 많이 다녔는데, 정말 매력적이었다. 특히, 이 골목길에 형성된 상가들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겐 엄청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9.jpg 내가 예약한 유로스타 그란비아 호텔과, 뒤의 Calle Elvira 거리


나처럼 여행과 사진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그라나다를 꼭 다녀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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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서둘러서 아직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미리 검색해온 'Camela'라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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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 시 먹는 것에 절약을 잘 하지 않는다. 잘 먹는 것이 여행의 질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아침시간이지만 상관하지 않고 시원한 샹그리아와 클라라¹를 주문했다.


* 클라라 : 맥주 + 환타(오렌지)를 섞어서 만든 스페인식 맥주.


그리고 메뉴도 빠에아를 기본으로 내가 좋아하는 문어요리와 고기까지 막 주문했다. 특히, 클라라는 바르셀로나에서부터 꾸준히 마셔왔는데, 더운 날 시원하게 마시면 음료수 같아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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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기서 가장 맛있었던 요리는 바로 문어요리였다. 삶은 문어 + 올리브유 + 고춧가루(or 향신료) 정도였는데, 아주아주 맛있었다. 나처럼 문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메뉴라고 말하고 싶다.


든든하게 식사를 마치고 기력을 보충했으면, 이제 열심히 걸으면서 구경해야 한다.

세비야에서도 잠깐 보이긴 했지만, 그라나다에서 길을 따라 위에 천막을 쳐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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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햇빛으로부터 시민과 관광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참으로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 밑으로만 주로 다녔다.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그늘의 소중함을 크게 깨달았다. 그늘과 땡볕 차이는 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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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부터 세비야, 그라나다를 여행하면서 참 많이 봤던 장면이다. 멀쩡하게 생긴 외국인이, 노숙을 하면서 애완동물은 데리고 다닌다. 사실 이해가 안 되었다. 우리나라 노숙자들을 보면, 딱 티가 난다. 그러나, 스페인 와서 느낀 것이 '저렇게 멀쩡한데 왜 노숙자를..?'이었다. 가이드에게 들었던 얘기지만,


스페인에서 유기견들을 방치하지 않고, 저렇게 노숙자들이 돌보게 하면 일정의 지원금이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관리도 꾸준히 한다고 한다. 잘 관리하고 있는지.. 얼마나 매력적인가. 한국에서는 매년 엄청난 유기견들이 안락사를 당하고 있다. 반면, 스페인에서는 유기견을 돌봐주도록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서로서로 좋지 아니한가. 이러한 정책은 우리나라에도 빨리 도입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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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는 타파스 투어로도 유명하다. 레스토랑마다 타파스를 주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맥주 한잔 시키며 타파스를 맛보는 투어다. 여행 카페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타파스 투어를 하기도 하는데, 난 그러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타파스 투어를 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었다는 생각에 살짝 아쉽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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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 시내를 걷다가, 오늘 일정의 하이라이트. 알함브라 궁전의 야경을 보러 가기로 했다. 그라나다 = 알함브라 궁전 = 타파스 투어 이렇게 유명하다. 특히, 알함브라 궁전은 미리 예약해서 내부를 투어 할 수 있지만, 알바이신 언덕에서 야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알바이신 언덕에서 야경을 감상하려면, 일찍 출발해야 한다. 생각보다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시원한 맥주를 미리 챙겨가자.

시원한 맥주 한잔에 알함브라 궁전을 안주 삼아 그라나다를 느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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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호텔 뒷 골목길이 알바이신 언덕과 이어진다. 그래서 다시 걷던 길을 돌아와 골목길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미로 같은 곳이기 때문에, 지도를 보면서 잘 가야 한다. 지도를 봐도 엄청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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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앞에 도착하면, 이렇게 상가들이 있다. 기념품 샵 같은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사진 찍는 재미도. 알바이신 언덕까지 가는 길에 상가들이 쭉 있으며, 상가들이 끝나는 시점부터는 좋은 경치가 나오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사진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곳은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그라나다를 좋아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스페인에 또 여행을 온다면, 그라나다는 꼭 들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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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길 중간에 작은 성당이 보여서 들어갔더니 미사 중이어서 조용히 셔터만 누르고, 다시 골목길을 구경하며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알바이신 언덕에 도착했다. 알바이신 언덕에 도착하면 트인 전경과 눈 앞에 보이는 알함브라 궁전 때문에 숨 돌릴 틈도 없이 카메라 그 모습을 담기에 정신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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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진을 한참 찍다가, 올라오느라 힘을 뺏기 때문에 잠시 앉아서 풍경을 감상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흥겨운 노랫소리를 듣고 있으니 여행 온 느낌이 확 들었다. 여유롭고 잠시나마 지친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했다. 다음에 온다면 시원한 맥주랑 같이 와야겠다. 여기서 맥주 한잔하며 알함브라 궁전을 안주삼아 바라본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일몰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있어서, 알바이신 언덕 주변을 좀 둘러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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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내려와 보니, 레스토랑 거리가 형성되어 있었다. 아직 배가 고픈 상태가 아니었기에 그냥 생수 한 병만 사들고 천천히 둘러보았다. 거리 자체가 예쁘기 때문에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었다. 이렇게 잠시 시간을 내어 걷다가, 이번 스페인 여행에서 인생 사진을 찍게 된다. 보통 인생 사진이라 함은 본인의 사진을 말하지만, 나는 찍히는 것보다 찍는 것을 좋아한다. 땡볕에서 걷다가 더워서 생수 한통을 사들고 나오는데, 본능적으로 셔터를 눌러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장면을 만났다.


그라나다에서 이번 여행 최고의 사진을 찍다.



DSCF4879.jpg 'Old Car & Old Man'


나의 인생 사진이다. 지금 봐도 기분이 묘하다. 내가 찍고 싶었던 사진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사진은 정답이 없다. 개인 개성이고 개인 취향이다.


그렇기 때문에, 찍는 사람이 마음에 들면 그걸로 충분하다. 저 사진을 찍을 때, 본능적으로 머리에 스쳐 지나간다. 올드카, 노인. 뭔가 매칭이 된다.


고민하는 시간도 아까울 것 같다는 생각에 무조건 셔터를 눌렀다. 나는 이 사진을 찍고 나서, 상당히 흥분되었다. 빨리 한국에 가서, 이 사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었다. 들뜬 마음을 가지고, 난 다시 알함브라 궁전의 야경을 보기 위해 알바이신 언덕의 전망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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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이신 지구를 걸으면 트인 곳에서는 항상 알함브라 궁전이 보인다. 또, 여러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는 곳이 여기 알바이신 지구다. 천천히 사진을 찍으며 다시 알바이신 언덕에 도착했다. 내가 처음 도착했을 때 보다 인원이 두배는 늘어난 것 같았다. 자리 잡기도 한참 늦었다.


괜히 자리를 옮겼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난 이번 여행 최고의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전혀 아쉽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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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을 하다가, 겨우 한 자리를 찾을 수 있어서 사람들 대열에 같이 합류해 일몰을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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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소리와 악기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알함브라 궁전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를 깨는 시끄러운 엔진음이 들려왔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봤더니 신기하게 생긴 오토바이가 지나갔다. 스페인에서 종종 특이한 차들이 보였는데, 파는 것인지 개조를 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잘 만들어서 호기심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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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시작하며, 하늘은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야경 감상이 시작되었다. 중간중간 삼각대로 야경 찍는 분들이 계셨는데, 정말 부러웠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내 카메라를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서 이렇게 바라만 볼게 아니라, 열심히 담고 있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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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화각으로 알함브라 궁전의 야경을 담고 있으니, 재미가 반감되기 시작했다. 계속 똑같은 사진이 찍혀서 사진 찍는 재미가 반감된 것이지, 풍경에 대한 재미가 반감된 것은 아니다. 눈으로 보고 느낀 것은 아직까지 머리와 가슴속에 남아있다. 이내 주위가 시끄러워져서 돌아보니, 플라맹고 공연이 한참 준비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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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려면 아직 한참일 것 같아 다시 주변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나는 서브로 챙겨 온 이 카메라가 비록 메인 카메라가 되었지만, 정해진 화각과 기기적 성능을 한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계속 아쉬운 생각만 들다 보니, 차라리 이 카메라로 담을 수 있는 모습을 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나름 만족스러운 사진들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난 여행을 떠나면 알함브라 궁전이면 알함브라 궁전만 나오도록 찍었는데, 이렇게 사진 프레임 속에 인물이 들어가면, 훨씬 더 맛깔스러워진다는 것을 여기 와서 알았다.


사진에 대한 나의 고집도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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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맹고가 시작되었다. 세비야에서 만큼의 감동은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만이라도 이 전망대에 모인 관광객들의 흥을 돋우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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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이신 지구가 밤에는 좀 무섭다고 한다. 음침하기도 하고, 인적도 드물어 안 좋은 일도 당한다는 글도 많이 읽었다. 그래서, 나도 야경을 감상하고 내려오는 길에 상당히 긴장되었다. 다행히, 사람들 무리가 보이면 따라붙어서 편하게 내려오기도 했지만, 혼자 다른 길로 빠질 때면, 다시 긴장하게 되었다. 또, 상당히 미로기 때문에, 지도를 봐도 헷갈리는 경우도 많았다. 상당히 좁아 보이는 곳인데도 안내를 하기도 하고, 그래도 지도를 무조건 믿고 가다 보면 결국 길이 나오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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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긴장하며 내려오니 처음 시작했던 거리 'Calle Elvira'가 나왔다. 낮에도 매력이 넘쳤지만, 밤이 되니 더 화려해지면서 사람들도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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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이신 언덕을 다녀왔더니 허기가 졌다. 그래서 낮에 돌아다니면서 미리 알아봐 둔 곳으로 배를 채우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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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 시원한 맥주 한잔에 기본 타파스만 먹고 나왔다. 너무 시끄러워서 정신도 없었고, 자리도 없어서 서서 먹으니 다리가 아파왔다. 그래도 나름 타파스 투어도 할 겸, 조금 더 맛있는 요리를 먹으려고 근처의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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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시원한 샹그리아와 항상 옳은 고기 요리로 배를 채웠다. 오늘 하루가 참 길었다. 새벽에 렌페 타고 세비야에서 그라나다로 이동했고, 도착하자마자 걷기만 했다. 알바이신 언덕에서 휴식을 취하긴 했지만, 피로가 누적되어서인지 늦은 저녁을 마치고 나니 피로가 확 몰려왔다.


내일을 위해서 호텔로 들어가서 쉬기로 했다. 이렇게 5일 차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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