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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Aug 31. 2018

SEL1635GM/A7RIII] 중국 우시 여행

밤이 아름다운 곳, 난창지에

아무 생각 없이 TV 프로를 보면서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시는 것은 퇴근하고 온 직장인이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다.


내가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은 여행 관련 프로그램이거나 아니면 '나 혼자 산다'이다. 특별한 일상을 보낼 것 같은 사람들의 나와 다를 바 없는 꾸밈없는 일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고, 편안한 웃음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어느 때처럼 퇴근하고 맥주 한 잔과 함께 TV 앞에 앉았는데, 헨리 편에서 중국 우시(Wuxi) 지역이 나왔다. 내가 떠나기 1주일 전이었다.


삼국성 등 많은 곳들이 나왔지만, 나의 관심을 끌었던 곳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난창지에. 수로 옆에 홍등이 예쁘게 빛나고 있는 예전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었다. 이런 곳은 산탕지에라고 쑤저우 지역에도 있지만, 나의 이번 여행 일정은 우시였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상하이 공항에 도착해서, 차로 약 3시간을 가야 도착하는 곳인데 우시 전체의 느낌을 보자면 공단 같은 느낌이다. 우리나라로 보면 안산(?), 창원(?) 같은 느낌이 든다. 매캐한 미세먼지들이 나의 원거리 시야를 많이 좁혔고, 뜨거운 햇볕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약 8년 전에 처음 중국에 왔을 때,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자고 했는데 호텔이란 단어를 못 알아듣던 택시기사는 나를 고속도로 위에 30분가량 방치시킨 적이 있었다. 겨우 호텔과 연락해서 2배에 해당하는 요금을 지불하고 일정을 마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택시를 타는 것에 대해 살짝 고민했지만 다행히 나의 소심한 트라우마와 달리 난창지에 한마디에 알겠다는 표정과 함께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30여분을 달려 도착한 난창지에는 해가 지기 전이었다. 야경을 보기 위해 일부러 살짝 늦은 시간에 맞춰서 왔다. 


지금까지 내가 우시에서 봤던 산업화가 가득한 이미지와 달리 옛 모습을 간직한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우리의 경주처럼 말이다.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천천히 걸었다. 많은 중국인들이 이 풍경을 즐기고 있었고, 외국인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천천히 사람 구경, 건물 구경을 하며 걷다 보니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배는 고픈데 어딜 들어가야 하는지 감이 오질 않았다. 혹시나 이상한 요리가 나오거나, 당장 주문은 어떻게 해야 하지 등의 걱정을 하고 있다가, 때마침 깔끔해 보이는 식당이 보여서 당당하게 들어갔다. 



중국어로 나를 맞이해주는 직원에게, 어디서 왔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한국이라고 중국어로 대답해줬다. 그러더니 나보고 '오빠'라고 한다. 그냥 웃으면서 올라갔는데, 이 직원은 아는 한국어가 이것뿐인지 계속 '오빠'만 외쳐댔다. 


메뉴판을 봐도 어떤 음식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적당히 그림 보면서 음식들을 주문했고 맥주도 같이 주문했다. 중국인들은 신기한 것 중 하나가, 중국어를 못 알아듣는데 종이에 중국어를 써서 천천히 알려준다. 나는 천천히 열심히 못 알아먹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대충 눈치로 알아듣고, 적당히 맞다는 표현을 했다.


제일 마지막 요리가 개구리 요리이다.


음식들은 전부 입에 잘 맞았다.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다만, 한 가지 음식만 전혀 알 수가 없었는데 닭고기와 같은 맛이 나길래 당연히 치킨으로 알고 있었다. 여기에서 넘어갔었어야 했는데, 집요하게 따져보기 시작하자 결국 이게 개구리 요리라는 것을 알았다. 이미 먹은 뒤라서, 그냥 별생각 없이 먹긴 했으나 개구리란 것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절대 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보다 맛있게 저녁을 마치고 거리를 나오자, 어두워진 거리와 함께 조명이 들어오며 거리가 예뻐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 느낌과 너무 달랐다. 우리나라의 전주 한옥마을과 같은 느낌이랄까. 처음 한옥마을의 존재를 알았을 때, 난 멋진 한옥들로 이루어진 민속촌인 줄 알았다. 다들 좋다고 하길래, 전주에 가면 꼭 가야 하는 곳이라고 해서 힘들게 차를 가지고 내려갔었다. 주차하는데만 1시간 30분이 걸렸는데 막상 들어오니 한옥모양을 한 상가들이 있었고, 전부 먹거리들을 파는 상가들밖에 없었다. 


그렇게 실망일 수가 없었다. 여기 우시의 '난창지에'도 역시 거리는 먹거리들이 대부분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 곳도 처음부터는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약간의 흥미가 사라진 거리를 걷다가, 건물 뒤로 보이는 수로들이 눈에 들어왔다. 메인은 여기였던 것이다. 수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 건물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조명들과 홍등들이 너무 예뻤다. 이 곳이 조명을 위해서인지 수로 쪽이 매우 어두웠는데, 사진을 찍을려고 카메라를 켜니 ISO가 12800부터 시작한다. 조금만 더 어두워지면 ISO 25600은 그냥 막 넘어갔다. 그나마 SEL1635GM이 조리개 2.8이어서 최대한 셔터 속도를 확보해서 괜찮은 퀄리티의 사진을 뽑을 수 있었는데, 숙소에 두고 온 삼각대가 무척 아쉬웠다. 


'나 혼자 산다'에서 헨리와 기안 84가 배를 타고 지났던 그 수로를 보고 있으니, 우시란 곳이 그렇게 삭막한 곳은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걷는 거리는 '전주 한옥마을', 수로 쪽은 경주 '동궁과 월지(안압지)'와 같은 느낌이었다.



조금 더 걷다가, 헨리와 기안 84가 먹었던 마라 룽샤로 불리는 가재 요리를 먹었던 곳이 나왔다. 꼭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고민 없이 들어갔다. 여기에서 직원과 10분간의 얘기를 해야 했다. 서로 의사소통이 되질 않은 채로 말이다. 



처음부터 들어가서 난 마라 룽샤를 주문했다. 그랬더니 중국어로 뭐라고 말하는데, 도저히 못 알아들으니 다른 직원이 나를 맞이해줬다. 그리고 다시 주문하니 양손으로 집게 표현을 하길래 맞다고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엄청 맵다는 듯한 표현을 하기 시작한다. 한국과 중국이 만나서 바디랭귀지로 대화를 하는 것도 웃겼는데, 난 상관없다고 달라고 하니 끝까지 맵다고만 한다. 


결국, 번역기 어플을 사용해서 서로 대화를 했는데 (진작에 이럴걸..), 나보고 너무 매워서 못 먹는다고 다른 음식을 먹으라고 한다. 추천 음식을 물어보니 갈비라고 하는데, 마라 룽샤 아니면 들어온 의미가 없기 때문에 강력히 주문을 했다. 그리고, 자신 있게 맥주도 주문했는데 또 중국어로 뭐라고 말을 하는데, 그냥 맞다고 했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주문을 받아갔다.


맥주가 먼저 나왔는데, 1L짜리 맥주가 나왔다. 중국어로 양이 많다고 했었나 보다.



그리고 곧 이내 양동이에 내가 원했던 마라 룽샤가 나왔다. 빨간 고추 기름옷을 입은 가재들이 나를 반겨주는데, 한번 도전해보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비닐장갑을 끼고 껍데기를 벗겨내고 하나 둘 먹기 시작하는데, 도대체 어디가 맵다고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 매운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마라 룽샤를 다 먹고 나니 그제야 입술에서 약간 알싸한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한국인을 상대로 맵다고 하더니, 괜히 모를 웃음만 나왔다.



든든하게 배를 가득 채우고, 다시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건물 사이로 수로가 보일 때마다 들어가서 감상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나름 나만의 낭만을 즐기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색이 어우러져있는 '난창지에'이 곳은 낮에 삭막했던 우시의 모습을 완전히 180도 바꿔놓는 매력적인 곳인 것은 확실했다.  



천천히 둘러다 보니 어느덧 전체를 다 둘러봤다. 들어왔던 입구에 있던 다리 위에 올라가서 말없이 한참을 쳐다봤다. 길지 않은 일정의 우시 여행이지만 이 곳 난창지에서 나는 중국에 대한 나의 작은 트라우마도 이겨내고, 중국이란 곳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우시에 오면서 현재 G마스터즈 1기로 활동 중인 SEL1635 GM 렌즈 하나만 가지고 왔다. 보통 여행을 떠나면 가방을 무겁게 떠나는 나이지만, 한번 가볍게(?) 다녀오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광각이 주는 시원함은 말할 것도 없었으며, 야간에 사진을 찍을 때 F2.8이라는 장점으로 인해, 최대한 셔터 속도를 확보해서 원하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물론, 아쉬운 것은 삼각대가 없었다는 것이지만 평소에 쓰던 SEL24105G F4였다면, 퀄리티 부분에서 상당히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고감도로 올라갈수록 1 step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기 때문이다.


여행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소니 카메라를 사용한다면, 최상의 퀄리티로 여행을 기록할 수 있는 SEL1635GM 렌즈를 한번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SEL1635GM이라는 존재는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천군만마와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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