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마다 깬 날
잠에서 깬다. 대개 2시간 간격으로 깨고 어느 날은, 그러니까 약을 제때 챙겨 먹은 날은 4시간마다 깬다. 또 어느 날은 1시간마다 눈을 뜨곤 한다. 아무런 의지가 들지 않아 잠에 들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고 까무룩 잠든 날 보통 그렇다.
다시금이랄지 잠들 준비를 하기 위해 마음먹기란 제법 어렵다. 축축하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보일러를 켜야 하고, 화장실 불도 켜야 하며 세수도 양치질도 한 다음 립밤을 발라야 하고, 사실 취침 전 약을 먹어야 한다. 귀찮다. 전부 귀찮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잠만 자고 싶은데 뭐 때문인지 잠에서 깨니 뭐든 안 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개운하게 일어난 지 얼마나 됐더라. 저번 진료, 저저번 진료보다 이전이니 꽤 됐다. 시간 감각을 잃었다. 언제부터 그랬어요? 언제부터 약을 먹었어요? 질문이 들어오면 말문이 턱 막혀 버린다. 모르겠다. 언제부터였더라?
대강 가늠하고 싶은데 일과 주에 대한 감각이 사라진 듯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년으로 넘어가는 건 또 아닌 것 같은데. 월부터 내 기능이 없구나. 방금 깨달았다.
가만히 멍하게 있노라면 발가락이 눈에 들어온다. 원래 이렇게 휘었나. 원래 이렇게 위로 붕 뜬 발가락이었나. 눈에 보이는 몸조차 낯선데 보이지 않는 마음은 얼마나 더 멀게 느껴지는지. 얼마나 더 모르겠고 낯선지.
마음의 깊이를 모르겠고 감정 상태를 외면하고 싶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진료를 볼 때마다 정적이 자꾸만 찾아온다. 길고도 긴 정적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말이 안 나와요. 그만 마주하고 싶다는 무언의 외침이었다.
이러나저러나 더 자야 한다. 물론 오늘이 출근하는 날이었으면 출근 준비 중이었겠지만 아니니까. 이미 조금 자고 일어났으나 이제야 취침 전 약을 먹었다. 4시간 뒤에 깨려나. 그럼 9시니 하루를 시작하기에 적당한 때다.
일찍 일어나는 건 기분이 좋다. 한없이 게으르다가도 부지런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좋다. 아침엔 그래도 기력이 좀 난다. 일어나기 위해 자신과 싸우는 시간이 줄어든다.
그러니 자자. 더 자고 더 꿈을 꾸자. 내일에 대한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일지언정 나도 꿈을 꿀 수 있으니 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