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생 누군가와 살다 혼자 살게 되었다. 경제적인 독립과 함께 한 자취 전후로 내 일상이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을 먹고, 언제 씻고, 언제 자고 모든 게 마음대로였다. 물론 누군가와 살 때도 실컷 자유롭게 했으나 타인의 잔소리가, 말소리가 없다는 건 제법 신기한 일이었다. 잔소리보단 말소리가 없는 게 좀 컸던 것 같다.
설령 그 말소리가 개같이 죽일듯한 소리일지언정. 타인을 잔뜩 비난하고 조롱하는 말일지언정. 어떤 일상을 보내든 조용한 일상. 무슨 짓을 하든 조용한 하루. 얼마나 망가지고 밑바닥을 찍든 구경하는 사람 없는 나.
자취하는 대개가 그렇듯 처음에야 나름 잘 먹고 잘 살았지 가면 갈수록 가관이었다. 아주 개판 그 자체였다. 초반에는 샤브샤브도 해 먹고 내가 잘하는 김치볶음밥도 해 먹고 된장찌개도 처음 끓여봤다. 좋아하는 미역국은 꽤 자주 먹었다. 음. 요리에 아주 젬병은 아닌 것 같은데 하며 자화자찬하곤 했다.
그러나 재능과 노력은 별개라고 하던가. 이럴 때 쓰는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라면도 너무 먹으면 물려서 헛구역질이 올라온다는 걸 알았다(그럼에도 먹음). 귀찮아서 마시는 걸로 때우거나 아예 걸렀다. 안 그래도 말랐는데 주변에서 자꾸 말라간다고들 했다.
꼴에 강박은 강박대로 있어서 머리카락 한올 못 본다. 혼자 살게 되자 그게 더 심해져서 하루에도 몇백 번씩 돌돌이를 돌렸다. 집은 깨끗한데 내 꼴은 그다지 깨끗하지 못했다. 안 씻고 잠들었다가 자다 깨서 약 먹고. 다음날에도 씻지 않고 침대에 처박혀 있었다. 식사도, 수면도, 세면도 제대로 된 게 없는 거지같은 일상의 반복이었다. 몸도 마음도 메말라갔다. 말 그대로 말라갔다.
바뀌어야겠다고 다짐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매일같이 환자에게 자가간호결핍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주제 정작 내가 환자였음을 깨달았다. 정신과에 가서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제가 멀쩡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심각하다고 하셔서 충격이었어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하는 이유는 몇 없다. 바뀔 의지만큼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 먹기로 했다.
잠을 일찍 자기로 했다.
꼭 씻고 잠들기로 했다.
이는 혼자살이가 제법 낭만 있어지는 과정을 담은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