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법인세란 무엇인가
지난 6월 5일, 영국 런던에서 G7 재무장관들이 모여 글로벌 최저 법인세를 15%로 제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G7은 'Group of Seven'의 약자로,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이상 7개국이 모여서 만든 협의체이다. 1주일 뒤인 6월 12일에는 G7 국가 정상들이 모여 재무장관들이 미리 협의한 사항을 확정했다. G7에 이어 OECD 130개 협력국들도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설정한다는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안은 사실상 미국이 강력히 밀어붙여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문을 연 이후 줄지어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 내놓은 2조 3천억 달러(약 2,500조 원) 규모의 사회기반시설 투자 계획에는, 이 대규모 투자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법인세를 인상하는 내용이 붙어있다. 제 아무리 미국이라도 돈을 찍어서 경기를 부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미국이 법인세를 인상하게 되면, 미국 기업이 법인세가 낮은 외국으로 이전하거나, 경쟁 기업에 비해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은 전 세계로 하여금 법인세 하한을 설정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단지 미국의 압력만으로 무려 130개국이 법인세 인상에 합의한 것은 아니다. 130개국이 모두 다 각자의 사정으로 합의안에 서명한 것이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그 '각자의 사정'에 관한 이야기다.
이 글을 작성하게 된 것은 한 장의 차트 때문이다.
위의 차트는 전 세계 법인세율의 평균이 지난 40년간 얼마나 낮아져 왔는지를 보여준다. 세계 각국은 왜, 법인세율을 계속해서 인하했을까? 국가에 필요한 사업을 하기에 재정이 넘쳐나서, 세금을 덜 걷어도 돼서 그랬을까? 아니면 기업들의 로비를 받아서 슬금슬금 세금을 줄여준 걸까?
아니다. 각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춘 것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기업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누면 재화와 서비스로 분류할 수 있다. 조선업과 해상운송이 발달할수록 국가 간의 무역은 활발해지고, 기업은 처음 사업을 시작했던 국가의 범위를 넘어서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사업을 하기 쉬워진다. 또한, 각국 정부가 각자의 이해 때문에 관세 동맹을 맺고 재화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할수록 진입 장벽이 낮아져 재화를 생산하는 기업이 다른 나라에 진출하기 수월해진다.
한편, 금융, 법률, 회계, 콘텐츠, 운송 등 각종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정보기술(IT)이 발달하고 각국의 신용도가 높아질수록 해외로 진출하기 쉬워진다.
이런 변화들이 지난 40년간 집중적으로 일어나면서, 법인들이 인건비, 정부 지원, 세율 등의 상황을 고려해서 국경을 옮겨다니기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어 온 것이다. 한편에서는 아일랜드, 벨기에, 헝가리, 싱가포르 등 인구나 자원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국가들이 낮은 법인세를 미끼로 타국의 기업들을 유치하면서 기업의 국경이동이 더욱 활발해지기도 했다. 초대형 다국적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기업의 각국 정부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세금을 내는 기업이 정부를 선택할 수 있는 우월한 위치를 점하게 되면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법인세 인하라는 출혈 경쟁을 했던 것이다.
차트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 2010년 이후에 주황색 선의 기울기가 급격히 완만해진다. 법인세율이 내려올 수 있는 한계 수준에 가까워졌다는 의미이다. 더 이상 법인세율을 내려서는 걷는 금액이 나가는 금액보다 적어져서 재정적자가 심해지는 상황이 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잠시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한 가게들을 떠올려보자. 동일하거나 비슷한 물건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워낙 많다 보니, 업체들 간에 가격경쟁이 치열하다. 같은 물건인데도 어느 업체에서 판매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2배 이상 차이나는 등 제각각이다. 어떤 경우에는 덩치가 큰 업체가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좋기 때문에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도 있고, 특정 제품에 한해서는 같은 제품을 더 저가에 들여올 수 있는 노하우가 있는 가게가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도 있다. 때로는 전략적으로 단기간에 물건 가격을 내려서 경쟁 업체들을 고사시키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결국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수준까지 출혈경쟁을 하고 나면 모두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격을 올려서 판매를 하거나, 아니면 모두 파산하고 남은 한 두 개의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기 시작한다.
민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시장 실패'라고 부른다. 시장이 실패할 경우, 정부가 나서서 독점을 방지하고 시장의 효율성을 회복한다. 그런데 법인세율 인하는 정부 간의 출혈 경쟁이었다. 각국 정부가 마치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한 가게들처럼 서로 경쟁하면서, 자국 기업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타국 기업을 유치하려고, 법인세율을 인하해서 법인세를 더 많이 걷으려고, 더 이상의 법인세율 인하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써왔던 것이다. 이것이 '각자의 사정'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과연 누가 정부를 위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인가. 결국은 세계 최고의 패권국이라고 하는 미국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모두의 대의를 위해서? 아니다. 결국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나선 것이다. 이것이 이번에 전 세계적으로 합의에 이른 최저 법인세율 설정의 함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