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에세이 #22. 외로움
인간에게 있어 타인이란 무엇일까.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심지어 나를 낳아준 사람이라도 너무 오래 같이 있으면 반드시 갈등이 생기고 만다. 서로 원하는 것도 원치 않는 것도 다른 타인들끼리 생활공간을 공유하다 보면 의견이 충돌하는 탓이다. TV 채널권을 가지고도 실랑이를 하고, 오늘 저녁 메뉴나, 에어컨을 켤 것인지 끌 것인지 등을 가지고도 의견이 잘 맞지 않는다.
혼자 있으면 문제가 해결될까. 아무도 만나지 않고 대화도 나누지 않은 채로 일주일만 있어도 대부분은 견디지 못하고 누구라도 만나러 뛰쳐나갈 것이다. 하루 종일 혼자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보면, 누군가 말 상대를 발견하는 순간 방언이 터진다. 혼자 잠을 자려 누우면 이 생각 저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아서 괜스레 TV라도 틀어놓고 두런두런 말소리를 벗 삼아 잠이 들곤 한다.
타인이란 이토록 멀어도 가까워도 힘든 존재다. 인력과 척력이 균형 있게 작용해서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있어야만 서로 상처 받지 않으면서 외롭지 않을 수 있을 텐데, 자연계와는 달리 인간 사이의 인력과 척력의 조화는 너무나 쉽게 깨지고 만다. 더 가까워지고 싶다고 거리를 좁히는 상대에게 떨어져 달라고 요구하기도, 멀어지고 싶다는 상대에게 가지 말라고 붙잡기도 쉽지 않다.
외로운 삶과 상처 받는 삶 중 어느 쪽에 가깝게 살아갈 것이냐는 각자의 선택이다. 상처 받는 게 두려워서 외로움을 자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혼자 남겨지는 게 두려워서 자신에게 상처만 주는 타인임에도 끊어내지 못하고 붙잡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어떤 선택을 했을 때, 그것이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은 아니었으면 한다. 외로움을 견디는 선택이든 상처를 견디는 선택이든, 그 선택을 한 이유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이었으면 한다. 무언가를 회피하기 위해 움직이지 않고 내가 선택한 것을 즐기겠다고 마음먹는다면, 그것이 외로움이든 상처이든 조금 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