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에세이 #21. 바다
올해는 벌써 바다를 두 번이나 보러 갔다. 여름휴가에 한 번, 주말 캠핑에 한 번. 일에 치여 도시를 떠날 엄두를 잘 내지 못하는 나로서는 자못 대단한 일이다.
동해 바다를 좋아한다. 서해는 너무 탁하고, 남해는 너무 멀다. 동해 바다의 그 눈이 시리도록 푸른빛을 좋아한다. 하염없이 앉아서 파도가 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좋다.
주말 캠핑을 갔던 몇 주 전, 비가 많이 왔다. 바다에서는 바람도 많이 불었나 보다. 해변과 꽤 떨어진 위치에서 야영을 했는데도 밤새 파도소리가 거칠게 들려왔다. 다음날 비가 그치고 해변에 나가보니 바다는 여전히 성이 나 있었다. 족히 2미터는 되어 보이는 파도가 먼바다에서부터 밀려들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
무서웠다. 돌아오는 길에 대피소 푯말이 유독 눈에 띄었다. 해일이라도 밀려오면, 우리가 짐을 풀어놓은 야영지까지는 순식간에 잠길 거라는 섬뜩한 얘길 일행과 나누며 텐트로 돌아왔다.
자연이란 그렇다. 멀리서 바라보면 아름답고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그저 풍경일 뿐이지만, 그 자연에서 무언가를 취해서 살아가는 입장에 서면 예측할 수 없는 두려운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폭염과 한파, 가뭄과 폭우, 폭풍과 지진, 해일 등등 예측하기도 어려운데 대처하기엔 더 어려운 재해들이 수시로 닥쳐온다.
특히 도시의 생활이 익숙한 나 같은 사람에겐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벌레 한 마리조차 견디기 힘든 공포의 대상이다. 그래서 주로 멀찌감치 떨어져서 감상만 하기를 즐긴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너무 오랫동안 자연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연을 친근하게 여기지도 못하고, 자연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도 모두 잊어버렸는지 모른다. 언젠가 인간들이 자연에 대항하여 쌓아 놓은 성벽이 무너지게 되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채로 망연자실하다 도태될 대상 1호가 나일지도 모르겠다.
자연에 가장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캠핑이라도 꾸준히 열심히 다녀야겠다. 이번 캠핑에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새벽잠을 설치고 일어나 텐트 주위에 물길을 냈던 것처럼, 자연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을 조금씩이나마 연습해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