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unacceptable"
“여보, 이거 무슨 냄새야…?”
이민 첫날, 우리 집의 첫 미스터리는 냄새였다.
냄새의 근원은 다름 아닌… 카펫.
1층은 마루라 괜찮았는데, 2층부터는 전부 카펫이었다.
그런데 그 카펫이, 수년간 눅눅한 영국 공기를 쭉~ 흡입한 모양이었다.
말하자면, ‘빈티지 습기향’.
여긴 아파트가 없어서 다들 2층, 3층짜리 집에 산다.
그 말은 즉슨 — 청소가 정말 힘들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로봇청소기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불가능하다.
“이걸 어떻게 빨아…”
냄새에 정신이 아득한 상태에서 집을 둘러봤다.
싱크대는 물이 콸콸 새고,
화장실 고리를 당겼더니 ‘툭’ 빠지고,
변기 바닥은 까져 있고,
라디에이터는 아무리 돌려도 미동도 없다.
그리고 주방 한켠엔 이상한 게 있었다.
불도 안 나오는데, 요리하는 기계란다.
“이게 뭐야? 고장난 거 아냐?”
“아니래… 영국식 전기레인지래.”
불이 안 보이는데 뜨거운 레인지.
이게 바로 영국의 ‘세라믹 호브(Ceramic Hob)’.
불이 없어도 뜨겁고, 꺼도 한참 뜨거운… 인내의 요리도구.
그때부터 아내의 표정이 초 단위로 변했다.
‘괜찮네?’ → ‘응?’ → ‘뭐야 이건?’ → ‘진짜 집이야?’
나는 그 표정 변화를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아… 이거 큰일 났다.’
눈으로 보고 있는데 마음이 식는다.
나도 모르게 라디에이터보다 먼저 식었다.
사실, 영국에 오기 전부터 예감은 있었다.
같은 학교 석사를 먼저 마친 지인이 이렇게 말했으니까.
“기숙사마다 상태가 완전 달라.
운 좋으면 리모델링된 데 받고,
운 나쁘면… 그냥 냄새랑 친해져야 돼.”
그 지인이 살던 기숙사에 나도 가고 싶었는데,
배정은 다른 곳으로 되어 버렸다.
‘그래, 인생은 운이야…’ 하고 내려놓았는데,
막상 와보니 내려놓은 마음이 다시 냄새와 함께 올라왔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담당자 사무실로 직진.
영어가 짧아서 메일로 하고 싶었지만 ‘이건 말로 해야 한다’는 직감이 들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 중에 하나는 직접 만나서 요청해야 하나라도 더 검토해준다는 거다.
해야 할 말을 ChatGPT로 미리 공부하고 문을 열고 담당자 앞에 섰다.
담당자분을 보자마다 긴장이 엄청 됐지만,
몸짓손짓으로 어떻게든 말했다.
“We… really want to adapt well here, but we can’t.
We… married a few months ago.
We are newly couple.
We want to… live in more cozy house.”
…이게 내 최선이었다.
담당자는 놀랍게도 끝까지 들어줬다.
내 발음이 거의 ‘지렁이가 기어가는 소리’ 수준이었는데도,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내가 라디에이터가 고장났다고 하자,
그는 갑자기 표정을 바꾸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It’s unacceptable.”
그 순간, 천둥이 쳤다.
“Unacceptable!”
이 단어가 이렇게 위로가 될 줄은 몰랐다.
내 귀엔 거의 “Everything will be okay.”로 들렸다.
그는 즉시 수리 요청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나였다.
그냥 거기서 끝내면 됐는데,
내 안의 미련 한 스푼이 말을 이끌었다.
“And… if it’s possible… we want to live in other accommodation… please…”
담당자의 미소가 잠시 멈췄다.
그는 “잠시만요” 하고 자리를 떴고,
1분쯤 뒤에 돌아와 이렇게 말했다.
“If you want to move to other accommodation, you can move today.”
와.
할. 렐. 루. 야.
그 순간 담당자 뒤로 빛이 쏟아졌고 수많은 천사들이 내려왔다.
나와 아내는 거의 울먹이며 말했다.
“Thank you… thank you so much!”
그리고 그 길로 이사 시작.
걸어서 15분 거리였다.
각자 28인치 캐리어 두 개씩 끌고, 울퉁불퉁한 돌바닥 위를 미친 듯이 굴렸다.
날씨는 흐렸고, 바람은 세차게 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봤지만 상관없었다.
우린 지금, 희망을 끌고 가는 중이었다.
새 집에 도착해 열쇠를 돌렸다. (여전히 아날로그 열쇠…)
문을 열자, 분위기가 달랐다.
조금 더 따뜻했고, 확실히 아늑했다.
‘드디어 살겠다.’
짐을 정리하고, 샤워를 하고, 아내는 욕실에서 나왔다.
“여보… 여기 리모델링이 하나도 안 돼 있어.
욕실이랑 세면대에 녹 슬었어… 우리 어떡해…?”
…할렐루야 회수.
진짜 어떻게 해야 하냐.
영국 정착 첫 주, 이건 생존 미션이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한국으로 다시 가고 싶었다.
✨ 고장, 누수, 곰팡이 등은 ‘사진 + 간단한 설명’으로 기록하세요.
보통 영국의 기숙사(집 포함)는 지어진 지 오래된 곳이 많습니다.
요청할 부분이 있으면 사진을 꼭 찍어놓으세요. 사진 찍는 것을 습관화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영국 대학 기숙사는 보통 ‘Maintenance Request(수리 요청)’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직접 사무실에 가기 어렵거나, 영어로 말하기 부담스러울 땐
사진을 찍어서 간단히 메일로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요
“Hello, our radiator doesn’t work. Could you please check?”
사진 한 장과 짧은 문장만으로도 훨씬 빠르게 처리됩니다.
게다가 기록이 남아 나중에 퇴실할 때 불필요한 오해도 줄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