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초등학교는 평온해 보이는 겉모습 속에 깊은 슬픔을 품고 있었다. 용수처럼 예기치 못한 사고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아이들, 태어날 때부터 가난의 굴레에 갇혀 하루 한 끼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들의 힘겨운 삶은 학교의 하루하루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교실에는 소란스러운 소음이 퍼졌다. 그러나 그 소음 속에는 배고픔이 뒤섞인, 어디서도 위로받지 못하는 울림도 깃들어 있었다. 아이들은 조용히 각자의 자리에서 도시락을 꺼내 들고, 서로의 도시락을 바라보며 무거운 시선을 교환했다. 누군가는 맛있는 김밥을, 또 누군가는 정성 들여 준비된 도시락을 들고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아이들은 텅 빈 가방이나 밥 한 덩어리로 끼니를 때우며 마음속 허전함을 감추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진행우 선생님은 점심시간마다 아이들의 배고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교탁에 작은 커피포트를 설치하고,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는 잊고 있던 위안을 되찾는 듯했고, 교실을 가득 채운 라면 냄새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작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오늘은 특별히 계란도 많이 넣었단다!"
진행우 선생님의 따스한 말에 아이들은 잠시라도 기쁨을 느꼈다. 그러나 그들도 알고 있었다. 라면 한 그릇조차 모두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잠깐의 위안이 되었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깊은 불안이 숨겨져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라면을 먹으며 잠시 배를 채웠지만, 현실의 무게는 언제나 곁에 머물렀다.
식사가 끝난 후 아이들은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했다. 라면의 따뜻함이 몸을 채우던 순간에도, 마음속배고픔은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진행우 선생님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끼니를 해결하는 것 이상의 문제가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음을, 그는 느꼈다.
'배고픔은 단순한 배고픔이 아니야.'
그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다음에는 좀 더 나은 방법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를 바라며, 그 속에서 아이들을 위한 변화를 이루고 싶다는 열망이 조용히 피어올랐다.
강호 초등학교의 아이들은 힘겹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싸움은 단순히 배고픔과의 싸움이 아니라, 더 나은 내일을 향한 희망의 여정이기도 했다.
반장은 문득 이 문제가 깊이 가슴에 와닿기 시작했다. 왜 빈부 격차가 존재하는 걸까? 왜 아직 어린아이들이 굶주림을 겪어야만 하는 걸까? 이런 고민들은 날이 갈수록 반장의 마음을 짓눌렀다. 그는 어느 날 운동장 한가운데서 친구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교실에서 들려오는 소음은 여전히 떠돌고 있었지만, 소음 속에는 감춰진 진실이 있었다.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도 왜 이렇게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그의 마음속에 쌓인 의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가난하게 살아가는 친구들이 정당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현실이 그를 괴롭혔다. 이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어린아이들이 밥을 굶고 다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까?"
반장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러나 질문은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무력감은 점점 짙어졌고,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음을 느꼈다.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친구들과의 싸움이나 작은 다툼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음을 깨닫고, 더 큰 문제를 직시하기로 마음먹었다.
며칠 후, 반장은 부반장 철수와 상의했다. 철수는 늘 빠른 셈과 정확한 분석으로 반장에게 신뢰를 주었다.
"우리 학교에 배고픈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반장의 질문에 철수는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며칠 동안 아이들의 형편을 살펴보기로 했다.
며칠 뒤, 철수는 신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반장, 하루에 라면 두 박스는 끓여야 배고픔이 좀 해결될 것 같아."
한 박스에 30개의 라면, 총 60개의 라면이 필요했다. 그 말은 반장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복잡한 계산을 밀어 넣었다. 돈으로 따지면 꽤 큰 액수였고, 라면을 끓일 도구와 장소 또한 문제였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반장은 결심했다.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무언가 해야 했다. 그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친구들과 논의하기 시작했다.
"자금을 마련할 방법을 생각해 보자."
반장은 철수에게 말했다.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지 않을까?"
그의 목소리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철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아이들과 상의해 보자. 그들이라면 도와줄 거야."
두 친구는 서로의 의지를 확인하며, 이제 빈부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작은 발걸음을 내딛기로 했다.
반장은 아이템을 구상하면서 무엇을 팔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때,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했던 딱지치기 놀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당시 아이들은 네모난 종이 딱지를 접어 서로의 딱지를 내리쳐 부수는 재미에 빠져 있었다. 그 기억이 반장의 마음속에 불꽃처럼 되살아났다.
"딱지장사, 그거 괜찮겠어."
반장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딱지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었고, 자본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특히 라면 박스로 만든 딱지는 튼튼해서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며칠 후, 반장은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우리 딱지장사를 해 보자!"
그의 목소리에는 열정으로 가득했다. 친구들은 그의 제안에 호기심을 보이며 동참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종이를 모으고 라면 박스를 구해 각자의 개성을 담은 딱지를 만들어 나갔다.
그러나 종이 딱지는 결국 수익을 내지 못했다. 엄청나게 모은 딱지들은 모두 고물상집 아들 만호의 차지가 되었고, 첫 번째 창업은 실패로 끝났다.
그다음으로 반장은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동그란 딱지를 손에 들고 고민했다. 별이 그려진 딱지는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지만, 쉽게 낡아 상품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반장은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방법을 고민했지만, 두 번째 시도 역시 성공적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영롱한 유리구슬이었다. 다양한 줄무늬가 그려진 구슬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내기로 딸 수도 있고, 다시 되팔 수도 있는 구슬은 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사기구슬'이라 불리는 흰 구슬이나 쇠구슬은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반장은 구슬 장사로 아이들에게 매일 라면 두 박스를 끓여 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 번의 실패를 겪은 후, 그는 이제 다시 일어설 준비가 되었다. 구슬은 그의 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반장은 아이들의 배고픔을 덜어주고, 자신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현주와 반장 11
그리고 몇 해가 흘렀다. 현주는 꿈에 그리던 미대생이 되었고, 반장은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각자의 길을 걷고 있었지만, 그들은 가끔씩 만나 서로를 격려하며 좋은 시간을 나누었다.
현주는 확실히 미술에 재능이 있었다. 대학생임에도 벌써 개인 전시회를 개최할 정도의 실력자가 되었다. 현주는 미술관에서 전시를 준비하면서도, 반장의 사법시험 합격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노력과 성취에 자부심을 느꼈다.
반장은 공부로 바쁜 생활 속에서도 현주의 작품을 보러 자주 왔다. 그는 진심으로 그녀의 성장을 기뻐했다.
"네 그림, 정말 멋있다, "
반장은 늘 조용히 말했다.
현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너도 정말 대단해."
그들은 서로의 길을 응원하며, 바쁜 나날 속에서도 서로의 존재가 마음의 위로가 되는 것을 알았다. 그들이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만남은 늘 특별했다.
현주는 반장의 응원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고, 그림을 준비하기 위해 밤새워 작업을 했다. 그런 밤이면, 그녀는 별빛 아래에서 자신의 꿈을 그리며, 과거의 아픔을 넘어서 새로운 시작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