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함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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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언제 쉬어야 하나, 언제 쉬는 게 좋을까.
눈을 뜨면 오늘은 쉬는 게 좋을까......
자영업자라면 응당 월급쟁이의 2~3배를 벌어야 한다는데 그 월급의 기준은 최저시급 기준일까 아님 자신이 받던 평균치 금액의 월급일까.
현재는 그 조차도 무엇인지 잘 모르는 햇병아리 창업사장이다.
'아프니까 사장이다.'라고 했던가.
지난밤, 가게 출퇴근문제로 남편과 틀어져 공용자전거를 타고 퇴근했고 앞에서 오는 차를 피하려다가 인도 위로 자전거와 함께 넘어져 어깨가 아픈 상태지만 가슴 위로 올라가지 않는 팔의 비정상적인 상태로 여전히 가게 일을 하고 있다. 고기를 썰고 소분하고 야채를 다듬고 또 준비하고 반참을 담고 설거지를 하고 손님을 응대하고 포장을 하고 다시 술을 채워 넣는다.
1인 사업장, 아니 현재는 가족사업장이 되어 가모장이 되어버린 내게 쉬는 것은 사치이고 1억을 벌기 위해선 1억의 가치만큼 뼈를 갈아 넣어야만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선배사장님의 조언은 현실로 다가왔다.
예상했던 것보다 체득한 현실은 훨씬 혹독하고 눈물이 나지만 눈물이 마를 시간조차 없이 빠르게 흘러간다.
그래, 나도 사장이다.
'사장님'이라는 말을 듣기엔 아직은 어리다.
많이도 부족하다.
그렇게 잠이 부족하고 체력이 따라오지 않지만 멱살 끌고 달리듯 체력을 붙들어 매어 본다. 졸린 눈꺼풀을 비비고 또 비벼 눈시울이 붉지만...... 일을 멈출 수도 휴가는 언감생심 공식적으론 58일, 비공식적 119일 완주가 언제인지 모르는 마라톤을 시작했다.
계속해서 달린다.
달리는 중간중간 천천히 갈 수도 있고 경쟁자이자 조력자들을 만나고 사장이기에 들을 수 있는 고급 정보들을 모으고 또 성장한다.
가끔은 시샘과 칭찬을 동시에 받고 때론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그때, 요정 대모 같은 이들이 나타나 끌어준다. 아픈 어깨는, 혹은 팔뚝일 수도 있고 어쩌면 실금이 갔거나 근육이 놀랠 수도 있지만 병원은 내일 오전에 할 일이다.
늦은 오후 4시, 시장을 보고 저녁장사를 준비한다.
저녁 6시부터 새벽 12시까지 심야식당과 전혀 닮지 않은 그런 작은 식당에서 술과 밥을 판다. 당분간 나의 진짜 얼굴은 사장이다. 언제나 웃는 모습처럼 보이는 무표정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아파도 웃으며 음식으로 창작욕구를 표출한다.
이제는 앞날을 내다보는 능력이 생긴 것일까 준비하는 재료만큼은 재료에 맞는 손님들이 들어온다.
3개월 계란말이 실력은 이제 계란말이 모양과 정성에 따라 손님이 맞춰진다. 계란말이가 살짝 눌어지면 식사 손님이 많고 포슬포슬하게 찐 듯한 계란말이가 만들어지는 날에는 계란말이를 주문하는 손님이 들어온다.
혼자 오신 남자분이 문을 열고 묻는다.
"여기 술 한잔 따라주는 곳이요?"
"여기는 식당입니다."
"아......"
겸연쩍어하는 남자 손님은 계란프라이에 소주 한 잔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사라진다.
"딸, 너는 배가 고파 죽겠는데 왜 그리 느리냐? "
"주문이 밀렸어요. 죄송해요."
"배고파서 뱃가죽이 붙을 뻔했다. 빨리빨리 좀 해봐."
이제는 두려움도 무서움도 없다.
장사가 안될 거라는 걱정도 되지 않고 친한 삼촌들의 걱정 어린 조언이 감사할 뿐이다.
한 번 다녀간 손님이 다시 안 올 수도 있지만 다시 오지 않을 거라는 마음 따위는 이제 하지 않는다.
술보(술고래)밥상은 술도 되고 밥도 되고 혼자 와도 식사가 되고 혼자 와도 술 한잔이 가능하다. 식당 내에 손님이 없는 날에는 배달과 포장손님이 많고 술 손님이 많은 날도 있고 식사 손님이 많은 날도 있다.
혼자서, 남편과 둘이서 하기에 인건비 걱정도 없고 많이 벌면 감사하고 조금 덜 버는 날에는 내일 장사 대비한다.
비 오는 날에는 파전을 굽고 가끔은 오징어 숙회와 고등어구이를 메뉴에 없지만 준비해 본다.
9시가 넘어 불 꺼진 거리, 새로운 손님이 들어온다.
하루 일을 마친 인근 사장님들이 참새 방앗간 마냥 찾아온다. 각자의 취향에 따른 식사와 안주, 때론 혼자서 때론 함께 삼삼오오 모여서 찾아준다.
감사하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그들의 방문은 늘 행운이 따라 들어온다.
사장이 되기 전엔 자영업자의 성실함을 몰랐지만 이젠 사장만의 외로움을 알아간다.
어리고 부족하지만 그렇게 아프지만 성숙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