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만드는 계란말이
사업자등록증 언제 나오나요?
사업자등록증 나오는 게 세상에서 제일 쉽고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음식점업은 정말 쉬운 게 하나도 없다. 한식인지 중식인지 선술집인지 종류에 따라, 화구를 어떤 것을 쓰는 것이냐에 따라 신청해야 할 것들이 다르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들이 많고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았다.
권리금이라고 하는 것들, 바닥권이라고 하는 것, 동종업인지 아닌지가 왜 중요한지 배우고 있다.
저예산창업이 목표였으니 그저 몸으로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것이 답이다.
디자인 관련 사업자는 참 쉽다. 인쇄나 제조업이 아니라면 특별히 안 나올 이유가 없고 인터넷판매업은 사업장이 아니라더도 상관없는데 이건 무슨 인고의 시간을 보낸다. 게다가 재료에 따른 레시피와 불조절에 따른 맛도 제각각이라 정말 예민한 아티스트의 5중주 같다.
올 손님이 없는데도 정해진 시간이면 어김없이 가게로 향하는 나를 향해 남편은 놀리듯 묻는다.
"누가 온데? 손님?"
"사업자가 나와야 손님을 부르든 홍보를 하든지 하지!!"
마땅히 부를 손님이 없다.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다. 멍하니 멍만 때리고 있는 것보다 무엇이든 해야 한다. 남는 시간들을 허투루 쓸 수 없다.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창업이니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대비해 열심히 우리 가게가 어떤 곳인지 알려야 한다. 홍보와 마케팅에 큰돈을 쏟아붓지는 않지만 어떤 음식이 나올지 사람들에게 각인시킬 필요는 있으니까. 사업자등록증 나올 때까지 마냥 놀 수만은 없으니 매일 음식을 만든다. 가게의 메인반찬 중 하나인 계란말이는 날마다 연습한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압력솥에 밥을 짓고 계란말이를 만들고 육수를 끓이고 국을 끓인다. 준비할 음식과 남은 음식들을 정리한다. 남편과 아이가 먹을 밥을 챙겨서 따로 담아놓고 SNS에 올릴 음식 사진을 찍는다.
셀프인테리어를 할 때는 온몸이 몸살이 나더니 이젠 손가락은 붓고 살은 빠지고 있다. 화구옆에 있으면 땀이 쏟아지고 손님이 없어도 계속해서 생각하고 움직이니 살이 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밥을 지어 파는 일이다 보니 내 밥시간은 대충넘기기 일쑤라니...... 시작은 분명히 가게맥주집이었는데 저녁밥을 파는 야식집이 되어 버렸다. 컨셉도 그렇게 해서 매일 업로드한다.
구례현상점을 운영할 때는 어려웠던 SNS홍보가 너무도 쉽다. 먹는 거에는 다들 진심인가 보다.
간판 불도 안 들어오고 심지어 정체성도 없는 조그만 가게인데 가끔씩 불쑥 사람들이 들어와 묻는다.
술은 파는지 무엇을 파는지. 명함을 주며 다음에 오라며 달래서 내보낸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미리 예약을 하고 간다.
물론 그분들에게 어떤 음식을 파는지 골고루 맛을 보여주기도 하고 음식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도 했다.
덕분인지 그들은 꼭 오고 싶다면서 전화번호까지 저장하고 내 폰에 번호가 뜨는지까지 확인하고 갔다.
매일 수행하듯 하는 장사준비가 내게 어떤 시간을 가져올지 어떤 행운이 될지 나도 궁금해진다.
매일 밥을 하고 만들지만 팔 수가 없다. 그럴 때면 친한 이들에게 전화해 음식 가져갈지 먹으러 올건지 묻는다. 주변에서 나의 음식에 대한 평가들은 호의적이다. 호의적이어서 고맙고 보는 앞에선 싹싹 비우고 즐겁게 먹어준다. 이런 과정이 혹시나 독이 되지는 않을까.
레시피를 정하고 간을 어느 정도 해야 할지 고민할 때 들었던 누군가의 말은 큰 충격이었다.
맛집보다는 깔끔한 음식이 좋다는 그 말은, 식당이라면 의례 조미료를 써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무시하게 했다. 나의 입맛은 조미료와 짠 음식을 극도로 싫어해 음식이 완성된 후 비주얼은 누구나다 좋아했지만 싱겁기에 다들 갸우뚱, 특히 남편은 혹평을 남겼었다.
그런 내가 식당 창업을 하고 있다.
어쩌면 나의 무의식 저편, 엄마의 유산 같은 삶의 방식이 이번 창업에 큰 영향을 끼쳤을지도...... 엄마는 20년동안 식당을 운영했다. 집밥같은 손맛으로 유명했고 엄마 김치는 언제든 모두에게 최고의 음식이었다.
그렇지만 그 시대 식당운영자들은 자기 몸을 관리하지 못한 채 세월에 무너졌다. 대부분이 그러했다. 그리고 노년은 골병이라는 훈장을 얻었다.
그래서 나의 식당 창업은 엄마의 응원보다는 걱정덩어리가 되었고 한동안 엄마는 말을 하지 않았다. 더구나 아주 작은 장소에서 식당을 한다 하니 도대체 무엇을 할지 걱정이었다고 한다.
사업자가 나오지 않아 멈춰버린 4주 가까운 시간 동안 나는 매일 출근해서 음식을 만들고 엄마를 설득했다. 매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시식했던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엄마에게 의논했다.
결국 나는 조미료에 끌려가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고 아예 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무리하게 억지로 쓰는 것은 하지 않기로 했다. 맛의 밸런스를 위해서 쓰지만 이 음식 저 음식에 무조건적으로 남발하지 않기로 했고 모든 반찬을 다 만들려고 애쓰지 않기로 했다.
밑반찬 중 맛있고 특이한 것은 사서 쓰기로 했고 그중에는 엄마가 직접 만든 밑반찬과 김치, 물김치 종류는 구매해서 내놓기로 했다. 사실 나는 N잡이고 평일 낮에는 할 일이 밀려있다.
그래서 저녁밥상과 안주를 동시에 판매하는 식당의 이미지를 팔기로 했다.
지난 일주일의 기록들.
나는 그렇게 사업자등록증이 나올 때까지 매일매일 계란말이를 만들고 다가올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술집과 밥집이 왜 다른지, 왜 힘든지 몸으로 체감하는 시간입니다.
평일낮에는 간간히 수업도 나가고 디자인일도 합니다.
가끔은 늘 해왔던 미완성 프로젝트를 하나씩 완성해 나가고 집안일도 하지만 요새는 남편과 아들이 집안일을 하는 시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긍정적이라 생각합니다.
자기 사업을 하면 시간이 여유로울 거라고 하는 말은 조금 잘못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 다니면서도 그렇게 나태한 편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생업이면서 모든 것을 다 던지는 중이라 그런지 신중하면서도 매일매일 전략에 대해 고민합니다.
다음 주부턴 오전에는 책도 읽고 글도 매일 쓸 수 있기를, 그런 틈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