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객을 위한 밥상

술보밥상 방문객에게 드리는 소회(所懷)

by 연어사리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들은 하루일과를 마치고 배고픔에 지쳐 밥을 먹기 위해 찾아온다. 어떤 이들은 술과 밥의 필요해서 찾아온다.

그들에게는 맛있는 음식보다 적절한 온도로 적절한 시간에 알맞게 준비된 밥상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필요한 적절한 밥상.

아주 맛있을 필요는 없다.

간이 적절하게 배어 있는 돼지고기와 몇 가지 반찬, 국과 밥 그리고 한 잔의 술이면 행복하다.


그들은 미식가이기 이전에 배고프고 지친 지구별 여행객일 뿐이다.

지구별 여행객들은 어제도 오늘도 변함없이 지친 몸을 이끌고 하루에 충실하다. 걷고 움직이고 배고픔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한다. 술과 안주로 욱여넣을 것인지 술과 밥으로 채워 넣을지 그들은 고민한다.

그러나 그 고민은 이내 곧 사치스러울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8시가 되면 길거리에 불이 꺼지고 어둠 속으로 밥집이 사라져 간다.

술과 밥을 함께 파는 곳은 보이지 않고 안주로 배를 채워 넣어야만 한다.

그들은 평소라면 잘 보이지도 않는 간판과 어스름한 불빛의 상점으로 찾아온다.

매일 저녁 18:00부터 24:00까지 영업하는 술보밥상은 그런 이들을 위한 곳이다.

술과 밥, 반주(飯酒)를 위한 적절한 밥상.

KakaoTalk_Photo_2023-09-07-00-38-59.jpeg 술안주용 두루치기-신선한 앞다리를 양념하는 것이 바보 같은 짓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틈새시장을 노렸고 그 틈새시장은 존재했다.

술이 아니라면 저녁밥을 찾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충분하다.

문득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들 중에는 구례라는 소행성을 잠시 찾아온 이들도 있다. 그들은 8시가 넘어가면 저녁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이들이지만 그래도 새로운 무언가가 없는지 찾다가 발견되기도 하는 그런 술보밥상.


젊은 이들이 그렇게 많지 않지만 활동적이고 배고픈 사람들을 위한, 술과 밥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발견되는 작은 식당. 운영된 지 딱 15일이 된 신생아 같은 그런 곳.

손익분기점은 아직 한참이나 멀었지만 단골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다.

매주 찾아오는 이들과 며칠에 한 번씩 찾아오는 이들을 위한 쉼터 같은 식당이 되어가는 중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나를 위한 시간이 많을 것만 같았던 자영업자의 길은 참 바쁘고 정신이 없습니다.

사업자만 나오면 모든 길이 순탄할 것 같았지만 또 다른 문제와 해결책을 찾는 반복되는 일상들.

힘들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배부르게, 또는 허기짐을 채운 후에 만족감을 표시하는 그들을 보며 이 일의 목적이 있었던가, 장사라면 남아야 하는 것 아닌가.

원론적이고 기본적인 질문과 의문을 가지며 틈틈이 쓰던 글들이 다 날려지고 나니 졸음이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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