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을 먹고 싶은 배고픈 이들을 위하여
+ 19일
장사 시작한 지 2주가 넘었다.
이젠 단골도 제법 생겼고 매주 오는 손님들도 있다. 주기적으로 방문하거나 특정시간대에 방문하는 손님들도 있다. 배달어플 매출도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우리 역시 익숙해지고 있다.
나의 창업은 나만의 창업이 될 줄 알았는데 하다 보니 부부의 일이 되어 버렸다.
남편은 다른 일을 할 예정이었지만 하루이틀 미뤄지다 보니 지금은 배달과 다른 일을 같이 하고 있다. 혼자 한다고 하면 괜찮은 일이겠지만 식당일이라는 게 혼자는 어려운 부분들이 있고 특히나 배달 어플은 혼자서 다 확인 불가능한 부분이 있었다. 특히나 나처럼 포스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만 진행하다 보니... 호환성이 떨어지고 확인이 안 되는 부분들이 있다.
며칠 우왕좌왕...... 이젠 남편과 나도 서로 익숙해지고 있다.
내가 배달어플을 확인하지 못할 땐 남편이 확인하고 연락 주고 또 홀이 바쁠 땐 남편에게 필요한 것을 부탁해서 시장을 보기도 한다.
그렇게 체계가 잡혀가지만 작고 조금 불편한 식당이라 어쩔수 없는 부분들도 있다.
불편함들을 감출수 있는 여러 장점들, 그 중 하나는 메뉴의 변화였다.
매일 오거나 자주 오는 분들을 위한 여러 가지 메뉴들이 약간씩 새롭게 차려주기도 하고 메뉴에는 없지만 판매되는 음식들이 있다.
확실하게 밝혀두지만 나의 음식은 엄청난 솜씨의 그런 대단한 음식은 아니다.
그저 배가 고파 지친 이들이 왔을 때 적당한 시간과 타이밍에 조리된 깔끔한 음식일 뿐이다.
싱겁고 적절히 밍밍한 것들을 간장과 고추장, 술로 잘 감췄을 뿐이다.
적절한 때(timeing)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배부른 때에는 어떤 미식가도 유혹할 수 없다.
그러나 지치고 배고픈 이들에겐 시장이 반찬이기도 하다.
나의 음식은 그런 음식일 뿐, 최대한 깔끔하고 깨끗하고 신선한 느낌을 가득 가진 적절한 음식일 뿐이다.
좁은 가게, 작은 테이블과 딱딱한 의자.
그럼에도 분수에 넘치는 도자기 그릇들과 유리컵으로 차려준다.
6가지의 적은 반찬이지만 명란젓과 명태회가 돌아가며 순번 세우듯 반찬으로 나가고 어떤 날은 7번째, 8번째 서프라이즈 반찬이 나가기도 한다. 고춧가루와 고추장, 매운 고추로 양념된 돼지 앞다리 두루치기를 중화시킬 작정으로 가벼운 된장국과 콩나물뭇국이 함께 나가기도 한다.
"나는 니 음식이 도대체 뭐가 맛있다고 먹는지 모르겠다."
냉정한 남의 편인 남편은 늘 차갑고 직설적으로 한 마디씩 날린다.
그러나 그런 맛없는 나의 밥을 평생 먹을 사람이다.
오히려 남편 덕분에 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것이 즐겁다.
비좁고 불편하고 아직도 적응 중이지만...... 나는 즐겁다.
부족하지만 때를 잘 만난 배고픈 이들 덕분에 메뉴에 없는 대충대충 만들어주는 음식도 맛있게 잘 먹었다고 말해주는 고객님들께 감사하며 늘 즐겁고 재밌게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메뉴에 없고 주인장 마음대로 만들어져 나가는 식당을 오마카세(주방장 특선, 주방장의 임의대로 만들어주는)라고 한다. 어쩌다 보니 오마카세 주인장이 되었다. 정해진 메뉴가 있지만 메뉴에 없는 것들도 만들어주고 정해진 가격이 있지만 정해진 가격보다 더 많은 가격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그냥 나가기도 한다.
더 바빠진다면 지금 같은 분위기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