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1kg 2,500원 잔돈 500원

술보밥상의 하루

by 연어사리

글쓰기도 매일 써야 하고 매일을 단련해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인데 현실에 200% 이상 몰입 중이라 글쓰기는 언감생심, 그저 하루하루 장사가 되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어떤 날은 14시간, 어떤 날은 평균 10시간 영업시간이 6시간에서 8시간이 되더라도 준비시간을 포함하면 10시간이 넘어간다. 그렇게 준비했지만 생각보다 재료소비가 빠를 때도 있고 장사가 안돼서 재료가 그대로 남을 때도 있다. 어떤 날은 현금과 높은 객단가의 매출이 나오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꽁(무매출) 안친 것을 감사하게 여길 때도 있다.


그렇게 장사꾼이 되어 가고 있다.

장사란 모름지기 사람이 남는 거라 했던가.

현생 고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좇아 장사를 하는 내게 엄청난 사치 같은 말이었다.

조선시대 거상 김만덕은 고객을 위한 장사를 하라고 했다.

거창한 이론과 마케팅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는 시점들이 있다.

술을 파는 밥집이니 그냥 막 퍼주기로 했다. 손익분기점이 언제가 될지 모르나...... 재방문이 늘어간다는 것은 잘하고 있다는 바로미터일 테니깐 지금처럼 계속해서 나아가려 한다.


"잘하고 있어."

장사를 오래 하신 이웃사장님께서는 늘 칭찬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손님도 소개해주시고 사장님 손님을 빼앗는 것 아닌가 하는 나의 말에 그분의 말씀은 현실적이면서도 놀라울 뿐이다. 그분의 말은 이러했다. 어떤 가게가 잘 되는 것은 주변의 상권도 어느 정도 함께해야 하는 것이고 장사는 절대 혼자만 잘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혼자가 아닌 함께 잘되자는 것이었다.


그분 역시 본인의 장사가 안정적으로 궤도에서 더욱 견고해지길 바라며 더불어 함께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분의 마음과 생각에 늘 놀라울 뿐이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것은 장사가 아닌 직원에서 입장이었고 지금 사업가로서 사장으로서의 입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기에 선배 사장님들의 의견은 참으로 좋은 교과서이자 참고서이다.


장사가 좀 잘되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돈을 많이 벌어 기분도 좋지만 몸이 피곤하다. 게다가 다음날 시장 볼 물품들이 참 많다. 번 것만큼, 아직은 번 것보다 더 많이 사서 쟁여야 하는 입장이기에 마이너스에 가깝지만 시장을 한가득 보고 들어오는 날엔 정리할 것도 많지만 손님이 잘 안 들어온다. 그런 하루를 보내고 나면 다음날은 손님 한 팀 한 팀에 희비가 바뀌기도 한다.


+39

카드체크기를 열고 손님을 받기 시작한 지 39일이 되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 되기도 한, 오늘은 10월 1일이다. 매일의 희비를 경험하면서도 득이 많고 즐거움이 많다. 부족함을 매일 느끼지만 눈치 없는 돌직구를 날려주는 누구 덕에 내 멘털은 점점 해탈되어 가는 것 같다.

조언이라는 표면상의 말을 모두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걸러 듣게 되는....

그렇게 또다시 성장을 하는 어른이 되고 있다.


선배 사장님들은 한결같이 잘하고 있다고 하시지만 매일이 불안한 병아리 같다. 매일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꼭 하나씩 부족해지는 날들이 있다. 싱거운 것보다는 짠 게 낫고 밍밍한 것보다는 달달한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설탕이 늘 조금씩 음식에 들어간다.


설탕 1kg, 한 봉지는 브랜드에 따라 가격차이가 있지만 가까운 대형마트에서는 2000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에 구매한다. 가게에서 가까운 마트에서는 얼마 하는지 잘 몰랐다. 갑자기 똑 떨어졌을 때는 가까운 곳이 최고다.

나들가게라고 불리는 동네마트, 시장 안에 있고 가게 근처에 있고 10시 넘어서도 하니 이만한 편리함은 찾아볼 수 없다.

금액이 잘 보이지 않아 아무거나 집어 들고 계산하니 2500원이다. 이렇게 비쌌었나.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팔 수밖에 없고 지금 급한 사람은 나다. 설탕 1kg 2500원, 2000원대 가격을 생각했었지만 갑자기 500원이라 복병에 순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도 그런 날이 있고 나의 고객들도 그런 생각들을 할 테다. 왠지 비싼데? 하지만 설탕의 가격은 폭리가 아니다. 당연한 가격이며 몇백 원에 가치가 시간과 편리함의 가치이니 그보다 저렴할 수는 없다.


그래도 생각할수록 씁쓸했다.

설탕을 설탕통에 넣고 이것저것 다시 준비하다 보니 손님이 들어왔다.

얼마 전에 알게 된 동네에 사시는 삼촌이다. 퇴근길에 한잔만 더 하고 싶으실 때 오신다. 오늘은 익숙한 얼굴의 손님과 함께 오셨다. 두 분의 대화가 끝나갈 때쯤 익숙한 얼굴의 손님께서 결제를 하시고 자리를 나섰다. 배웅을 마친 삼촌은 맥주 한잔 더 하고 싶으시다고 해서 한 병을 더 내어드렸다.

삼촌은 계산이 안된 걸로 아셨나 보다. 결제 금액이 4,500원이라 말에 카드를 집어넣고 5천 원 현금을 주시며 500원을 안 받으셨다.


500원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설탕의 가격차이가 500원이 넘어서 속상했다가 거스름돈 500원 때문에 생각이 달라진다.

500원으로 과자를 사 먹던 날이 있었는데 500원으로 과자를 사기엔 어려워졌다.

500원으로 시장을 볼 수도 껌을 살 수도 없다.

500원을 손해 본 줄 알았는데 500원을 채워 넣었다.

재고물품도 채웠고 손해 봤다고 생각한 금액을 고객의 돈으로 채워 넣었다.

장사는 재밌는 것 같다.


손해인 것 같지만 손해가 아니고 다 내어줬다고 생각했지만 다 준 것이 아니고 갖는 게 있다.

장사란 어떤 가치를 배우는 것인가 가치의 본질을 알게 되는 것인가.

물동이에 물을 순식간에 채워질 때가 있고 천천히 채워질 때가 있다. 장사란 물동이처럼 알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담을 수 있는 크기가 있고 '그릇'이라는 한정된 용기가 있다.

나의 그릇이 무엇을 더 담을 수 있게 될지 나의 그릇이 무엇이 될지 찾아가는 것이 궁금해진다.

오늘 하루는 어떤 장사가 되려나.



장사를 하면서 남편의 도움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며칠 전 설탕이 또 떨어져 버렸답니다. 매주 야채피클을 담을 때 설탕을 사용하는데 3kg을 사지 않으면 1kg 설탕은 빠르게 소진됩니다. 급한 마음에 남편에게 심부름을 보냈죠. 2500원짜리 설탕을 사 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남편은 3200원짜리를 가져다주며 증거라면서 잔돈만 보여줍니다.

예상보다 700원을 더 사용했는데 무엇으로 채워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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