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 필사 노트
사람이 살다 보면 늘 웃고 행복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 짜증과 지침이 얼굴에 덕지덕지 묻은 채로 사람들을 만날 수는 없고 감정노동이 된다 할지라도 부자유스럽게 웃고 또 행복한 척 보이길 꾸며본다. 그렇게 해도 더 이상 감당이 안될 정도로 지치고 힘들어졌다.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며 치유했다고 하니 나 역시 그림을 그리며 따라 해봤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다른 것을 찾다 보니 그것이 책이었다. 책을 읽고 글을 따라 쓰고 그러면서 창작욕구는 점점 상승세가 되어 갔다.
스스로가 제일 잘하는 것을 생각해 봤다.
디지털 디자인.
나라는 사람은 2000년도에 대학에서 인터넷을 전공으로 배웠고 웹을 잘 이해하는 사무직이었다. 그러다가 알바일을 하며 인쇄일을 경험하게 되었고 20대 후반 들어간 개발업체에서 일도 제대로 못 배우고 스트레스 몸이 아파서 퇴사했다.
그때 당시 나는 삶이 끝난 것이 아니지만 20대 후반 결혼을 꿈꾸는 여자라면 당연하게 고민하는 임신이라는 단어를 삭제해야만 했다. 그때 당시 의사들의 말을 빌리자면,
"아이가 생기기 힘들 거예요. 자궁내막증이 생각보다 많이 심해서 수술시간이 길었습니다."
죽지는 않지만 죽을병도 아니지만 죽지는 않고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생기겠지만 병은 아니라는 의사의 냉담한 확신, 그것이 내가 아픈 것에 대한 결론이었다.
그러나 운명은 참 재밌고 이상하며 비극도 희극도 아닌 중간쯤이다.
수술하고 5년 뒤 재발도 안 했고 아픈 것도 알지 못할 만큼 건강하고 활기 넘치며 컴퓨터강사일을 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자마자 허니문베이비가 생겼다.
지나고 보면 의사들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긍정적인 상황을 예시로 알려줬다가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거나 관리가 안 좋으면 최악이 될 수 있고 부정적 예시는 최소한 경각심과 함께 의사로서의 중립은 지킬 수 있을 테니깐. 의사의 부정과 긍정도 아닌 슬픈 예시는 나를 채찍질했고 관리하게 했으며 더욱 열심히 살게 만들었다.
그래도 결혼생활은 꽃길만 보여주진 않았다.
늘 투닥투닥, 우리는 좋은 모습만을 연출하지 않는다.
지금은 잘 사는 것을 연기하지 않는다. 덕분에 얻는 것이 훨씬 많고 서로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다른 가족들도 그렇게 보는지는 잘 모르겠다.
마음의 짐과 힘듦이 항상 나를 슬프게 하고 아프게 했었다. 이겨내는 과정에 치유 방법들은 다양했지만 최근에는 글을 읽고 필사를 하며 극복했다.
종교를 가졌느냐라고 묻는다면 확언하기 어렵다.
그저 가족이 가진 종교이기에 따라다니고 이해하는 편이지만 종교적 신념과 이해는 많이 부족하다. 종교를 가졌다고 말하기보다는 내 삶 속에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사찰문화가 있었고 그것이 당연했기에 앞으로도 그렇게 받아들일 생각이다. 불교를 믿는 불자이기에 반야심경을 읽기 시작했느냐고 묻는다면 그것 역시 정답이 아니다. 그냥 한자와 짧은 글자가 좋아서 선택했을 뿐이다.
"마음의 고통을 지나 참된 진리를 찾는다."
반야심경의 본래 이름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지혜의 빛에 의해서 열반의 완성된 경지에 이르는 마음의 경전)'이다. 그냥 뜻글자 한문을 한 자 한 자 오래오래 보며 꾹꾹 눌러쓰는 과정에 생기는 짧고도 긴 여운의 치유, 그것에 마음의 큰 위로를 경험했다.
나는 다시금 내가 제일 잘하고 좋아하며 내가 느낀 마음의 위로만큼 누군가에게 또는 당신에게 이 위로를 선물하고 싶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익숙하고 작은 이야기들이 치유를 보여준다.
마음을 위로하는 반야심경, 우리가 흔히 보는 가로 쓰기가 아닌 세로 쓰기의 반야심경 필사노트.
한글과 한문이 네모네모한 글자로 쓰여 따라 쓰기 편리한 반야심경 필사 & 노트, 텀블벅에서 펀딩 진행 중이니 부담 없이 구경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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