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마음을 생각해 봅니다.
글이 너무도 쓰고 싶고 내 이름이 박제된 책 한 권이 갖고 싶어 아등바등 시작하던 때, 그런 마음으로 브런치를 처음 시작했고 설레는 마음으로 신청했다. 설렘은 실망으로 곧바로 알려왔다.
나의 스토리는 아무런 흥미가 없었던가 보다.
6개월 뒤 같은 내용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고 난 뒤에 이미 쓴 글을 수정하고 이야기를 추가했다. 같은 주제로 신청했던 이야기를 살짝 수정해서 신청했더니 그냥 단박에 프리패스하듯 작가신청이 되어버렸다.
그 뒤에 초심보다는 글 쓰기에 몰두했다. 열심히 쓰고 고민하고 업로드했었다.
글을 업로드하기 시작한 지 이제 11개월, 80여 개의 글을 쓰고 구독자수는 100명이 넘었다.
글을 한 개 업로드할 때 한 명 이상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과 처음 그때, 달라진 게 많다.
처음은 글을 쓰면 작가라는 왕관을 바로 움켜쥘 것만 같았다. 지금의 마음은 출판보다는 글을 꾸준히 쓰고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책임으로 무장한 왕관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마치 왕관을 쓰기 위해 재료 채집부터 제련까지 다 하려는 것처럼 그런 더디고 느린 마음으로 차분히 장기적인 마라톤을 향하고 있다.
무엇이 변화를 불러왔을까.
조급함보다 느린 장거리 마라톤을 선택하게 된 것일까.
벼는 익을수록 숙인다는 옛말 때문은 아니다. 글을 쓸수록 부족함이 보인다. 그렇다고 스스로의 글이 부끄럽다는 것은 아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니깐 모든 상황이 괜찮다. 가끔은 맞춤법이 틀려도 가끔은 문맥이 맞지 않아도 가끔은 조사가 틀리고 단어가 맞지 않아도 모든 것이 괜찮다.
어떤 이야기를 들었다.
지극히도 개인적이고 슬프고 사소한 이야기였다. 덕분에 누구도 모르는 사연을 접했다는 것과 아픔이 느껴졌다. 어쩌면 당사자는 전혀 다른 마음일 수도 있지만...... 덕분에 나는 가진 것이 많고 건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했다. 최소한 나는 곤궁함의 매력 때문에 늘 초조하지만 곤궁함 덕분에 자신을 잃지 않았으며 긍지를 버리지도 않고 스스로를 놓지 않았다.
즉, 자신을 잃지 않고 마음을 잃지 않고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대견한 일인지.
누군가는 지금 자연재해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힘겨워 하지만 누군가는 금전을 잃어서 힘들어한다. 누구든 힘겨움의 무게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무게는 자신만의 것이고 이겨내는 것 역시 자신의 것이다.
브런치를 시작할 때 초심은 책만 출판하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것만 같았었다.
지금은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출판은 꼭 출판프로젝트가 아니어도 된다. 내 이야기가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와 맞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슬프지 않다. 초심을 잃은 것은 아니다.
출판이라는 현실을 냉정히 알고 글을 쓰고 읽는 행복을 찾아간다.
글을 쓰고 읽는 행복, 그것이 더 소중해졌다.
아등바등 줄타기로 겨우 버티는 하루 같지만 최소한 편법과 술수는 쓰지 않으니 그것이면 된 것이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나를 단련하려 한다.
배부른 부르주아가 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창업은 고난의 연속이고 생각지도 않은 장애물들의 연속입니다. 게다가 체력도 바닥이 나버렸고 밤이면 이유 없는 열이 나고 몸살에 시달립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극한 스트레스일 수도 있으나 한편으론 이 모든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가 무섭고 대견한 마음이 듭니다.
점점 목표한 날짜가 다가옵니다.
그날이 되면 어떤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릴 수 있을까요?
글을 쓰고 하루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만큼 공을 들이는 것 중 하나가 반야심경 필사노트 제작입니다.
디자인도 초안대로 바꾸고 우철노트가 아닌 좌철노트로 다시 수정 중입니다. 소량으로 다시금 디자인중입니다. 최소한 오늘,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모든 시간 최선을 다합니다.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살아가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