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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어사리 Jul 26. 2023

도시는 정글이다.

실제 세상과 가상 세계

"우와, 이게 얼마만이야.

...... 왜 이리 건강해졌냐?"

5년 만에 만난 삼촌이 나를 향해 소리쳤다.

어릴 때부터 늘 그랬다.

소문난 악동이자 장난꾸러기였던 삼촌, 지나고 보니 삼촌은 삼촌이 아니었다.

촌수에 무지했던 어린 시절, 엄마의 사촌동생인데 그냥 삼촌이라 불렀다.

그 뒤로는 그냥 삼촌이 되어버린 5촌 외종숙.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장난꾸러기인 말투와 행동을 그대로 보여주는 삼촌은 안부를 묻다가 요즘 뭐 하고 사는지 묻는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되새긴다.

"근데 왜 이리 건강해졌냐?"

"뚱뚱해진 게 아니고?"

"아니 건강해졌어."


5년 만에 살이 많이 찌긴 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최근 들어서 운동량이 줄었고 불규칙적인 식사량은 거대해짐으로 이어졌다.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하면 비만이라고 하니 건강해진 것보다는 뚱뚱하게 살이 붙었다는 게 맞다.

삼촌은 내가 새로 시작하는 일에 대해서 적당한 조언도 하면서 간간히 추임새처럼 '건강해졌다'라는 말을 계속했다. 아마도 삼촌에겐 여전히 7살 꼬맹이로 보이나 보다 어쩌면 10대 시절의 어린 느낌들을 기억하는 것 같기도 했다. 불혹을 넘어서 중반을 달리는 조카가 신기한 건지, 본인도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잊은 것만 같았다.


나이를 먹고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정글을 탐험하는 것만 같다.

도시라는 외롭고 거대한 정글에서 나이를 먹어가며 지혜를 터득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길을 가다 보면 오래된 것이 진리처럼 느껴진다. 새로운 일은 잠시 좋을 뿐, 오래되고 익숙한 것들에서 안정감을 찾게 된다. 내가 찾은 오래되고 익숙한 안정감은 음식을 만드는 일이다.

살다 보면 좋아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 즉 돈을 위한 일에서 결정을 해야만 한다.

나 같은 욕심쟁이는 좋아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에서 포기하지 않았다. 둘 다 또는 셋 모두에서 다 멈추려 하지 않았다. 이만큼 살고 보니 이제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 때인지 알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돈을 버는 일도 해야만 한다.

비 오는 날 잡초사이에서 기어가는 달팽이

살면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 중 하나가 엄마가 해왔던 일이었다.

딸이라면 엄마의 삶을 답습하는 것을 절대 하지 않기를 강요받는다. 그 일이 행복하고 여유로웠다면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선택보다 어쩔 수 없는 강요에 가까운 선택이었기에 엄마와 같은 삶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살면서 가장 많이 보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가장 가까운 이들의 삶은 제일 큰 공부가 되며 학습상황이 된다.

그렇게 나는 엄마가 늘 해왔던 밥 하는 일을 사업으로 시작하는 중이다.

늘 해왔던 컴퓨터 수업과 글 쓰는 일들도 계속하고 있고 책 읽는 것도 늘 하고 있다. 삶은 늘 계속될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은 '인생'이라는 열대우림 정글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숙명이다. 나침반도 소용없는 인생이라는 길에서 조금은 익숙한 일을 시작하는 것은 리스크(risk)를 줄이고 안정적이지만 또한 모두가 그러한 마음으로 살아갈 테니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도시 정글을 오늘도 헤매고 있다.

우연히 만나 알게 된 이국에서 시집온 언니가 내게 서툰 말로 말을 건다.

"나 같은 외국인 살기 힘들어요."

그 말도 이해된다. 그러나 각자가 가진 위치에서 각자의 도시 정글을 살아가고 있다.


chat GPT와 AI, 메타버스 이 모든 게 새로운 것은 아닌데 사람들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것처럼 열광하고 또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올초만 해도 그렇게 환호하던 루시, 래아, 한유아, 이솔은 뉴스에서 조용해졌다. 1998년 아담소프트에서 만들어낸 가수 아담이 조용히 사라졌던 것처럼 사람들에게 잊히고 있는 것일까. 무형을 보고 만들어내고 창작해 내는 것, 가상과 실제의 중간에 머무는 사람으로서 이제 가상의 세계보다는 실제 하는 도시 정글을 직접 헤쳐나가 보기로 했다.


취업이 전부였던 20대 후반, 어느 취업사이트에서 적성검사를 했었다. 자신에 대한 거대한 가능성과 허상 같은 꿈을 믿던 시절이었기에 자신의 적성검사가 거창하고 거대할 것이라 엄청난 기대를 했는데 결과는 단순한 업무가 잘 어울린다고 하여서 한참을 실망했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객관적인 평가였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HR(HRM, Human Resource Management, 인적 자원 관리)이 비인간적이고 나쁘다고 생각했었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제대로 알고 올바른 길을 가는 것도 실패를 줄이는 좋은 방법인데 인정하기가 참 힘들었던 것 같다.


손에 보이고 잡히고 실제 하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농사를 짓는 농부 한 분이 말했다.

"농사는 평생을 해도 전문가가 될 수가 없어. 고추농사는 1년에 한 번 밖에 못 짓고 육십 평생동안 한다고 해도 60번 밖에 안되는 거여."

하나의 기술을 가지고 천 번, 만 번 할 수 있는 일은 차라리 쉬운 것인가.

반복해서 고쳐지고 기술적으로 기능적으로 전문가에 다가설 수 있다고 한다면 세상에서 제일 배우기 쉬운 일처럼 느껴졌다.


40년을 넘게 살았고 하루 세끼 밥을 매일 먹다시피 하고 살았으니 세상에 경험한 일중에는 그래도 전문가가 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직도 꼬꼬마인 것 같다. 아직도 정글의 지도를 완성하지 못한 앞으로도 계속 탐험해야만 한다. 혼자의 능력으로 탐험하면 다 된 줄 알았는데 결국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고향이라는 테두리에서 머물며 나아가기로 했다.




컴퓨터(스마트폰 포함) 수업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작은 동네에서 홍보가 다 된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도 않네요. ㅜㅜ 아직도 갈길이 멀구나. 수업은 기회가 있을 때만 하기로 했어요. 당분간은 글을 쓰고 공부하는 일을 주로 하게 될 것 같아요. 밤에는 밥과 술을 팔 준비 중입니다.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것 같았는데 지나고 보니 아직 한 달도 안 되었더군요. 계획한 날짜보다 살짝 미루어지다 보니 체감되는 현실은 점점 압박감과 부족한 게 무엇인지 자꾸 알게 되고 체력의 한계도 느껴지네요.

창업이 사업으로 글자가 바뀌어 시작되면 한 달 동안 준비한 창업일기를 정리해서 업로드하려고 합니다.

매일이 소중하고 길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 그 만남까지도 소중해지네요.

비 오는 아침, 길 위에서 서툰 한국말로 이메일로 문서를 받아 프린터 할 곳을 찾아 헤매던 언니를 한 명 알게 되었어요. 어쩜 그 시간에 나를 만나게 되었는지 서투른 소통 덕분에 도와주기로 했고 3일이 지나 언니의 가족이 보낸 이메일을 출력해서 다시 만났습니다. 언니의 딱한 사정, 같은 여자로서 공감하고 또 마음이 아팠습니다.

10년을 넘게 살아도 한국사람은 남편 외에는 거의 만날 일이 없어서 한국말이 늘지 않았다는 말이 슬프게 느껴졌어요.

사람을 많이 만났고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아직도 부족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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