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어사리 Dec 27. 2023

가난의 흔적, 바람의 향긋함

생각 정리, 일상 관찰 1


영화 ‘기생충’에서 집에 들어오는 가족들 틈으로 집안일을 돕는 가사도우미와 운전기사 아저씨가 함께 한다. 이때 집주인의 어린 딸이 외친다.


“아줌마랑 아저씨랑 같은 냄새나~”


남남이자 같은 점점이 없을 것 같은 두 남녀에게서 같은 냄새가 난다는 것, 그것은 햇볕이 가득 들어오는 집에서 살며 건조기에서 말리는 옷을 입는 사람들은 절대 상상할 수 없는 냄새였다. 퀴퀴하고 습한 바퀴벌레가 살 것 같은 그런 곳에서 나는 덜 마른빨래 냄새였다.


문득 나의 주거환경에서 발견하게 된 크고 작은 곰팡이들, 환기가 조금이라도 안되면 결로로 인해 생기는 다양한 색의 곰팡이들은 때론 냄새자체로 유쾌하지 못한 기분을 만든다. 혹시라도 나를 걱정하는 주변인들에게 나의 부족한 삶의 흔적을 들길카 두려워 도서관 외부에 자리 잡았다.


햇살을 등지고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 글이 나오면 짧지만 메모도 하며 배고픔을 감추려 두유를 마셔본다. 과거의 가난은 배고픔에서 시작되었지만 현대의 가난은 배고픔보다 관리되지 못한 삶과 그로 인한 환경 속 부산물들이 알려준다.


문득 다음 이사 가야 할 곳은 넓은 집이 아닌 햇살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마당 있는 집이었으면 생각했다. 텃밭도 있고 겨울이면 외풍이 살짝 들어도 바람의 향긋함이 순환하는 그런 곳이길 바란다.

겨울바람이지만 봄과 같은 기온 덕분에 차갑기보다는 향긋했다. 바람이 포근하다고 느끼는 것은 마음의 온기 덕분이다. 가난의 지독함을 바람의 향긋함으로 숨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오는 온기,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 나설 수 있는 자신감 그것이 주는 행복함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대문사진 출처 픽사베이


예민해진 코 덕분에 지나가는 사람들과 스스로의 냄새를 비교하게 됩니다.

지인들에게서 나는 향수냄새와 일하다 왔을 때 풍기는 냄새, 지인들과 즐거운 외출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냄새... 참으로 다양한 냄새가 그들의 일상을 유추하게 해 줍니다. 유독 민감해진 덕분에 새로운 감각을 얻은 듯 일상을 관찰 중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도시는 정글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