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월세가 비싼 자리는 그 이유가 있다. 동대문 도매 상가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자리의 기본은 에스컬레이터를 주변에 두거나 출입문을 두는 쪽이다. 접근성이 좋을수록 좋다. 여러 요건보다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도매상가의 활성화 여부다. 삶은 달걀은 부화하지 않는다. 활성화되지 않은 상가는 아무리 자리가 좋아도 월세를 내고 버텨내는 것이 쉽지 않다.
활성화된 상가의 구분방법은 단순하다. 당장 도매상가로 달려가서 물건이 얼마나 포장되어 있는지 보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보려면 건물의 영업시작부터 2~3시간 정도 지나서 매장을 가보면 된다. 이때쯤 되면 각 매장들은 팔 물건들일 패킹하는 것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다. 그때 물건이 많이 포장되어 있는 곳이 흔하게 보이면 나쁘지 않다고 보면 된다.
반대로 팔린 물건의 양이 적다면 입점하는 것은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자칫 입점했다가 보증금을 다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가들은 입점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계약기간을 꽉 채우고 나서도 퇴점이 어렵다.
위치가 좋아서 좋은 자리도 있겠지만 주변에 장사를 잘하는 매장 근처에 있는 것도 좋은 자리라고 볼 수 있다. 위치가 좋은 것은 물리적으로 출입구와 에스컬레이터가 가깝다. 좋은 자리에는 그만한 비용이 붙는다. 월세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 반면 잘 파는 집이 외진 곳에 있는 경우 그 근처의 월세는 그리 비싸지 않을 수 있다. 시세보다는 저렴할 수도 있다.
완전 처음 도매를 하는 것이라면 이런 위치가 좋다. 한 가지 큰 위험이 있다면 그 잘 파는 집이 이사가 버리는 경우 곤란한 상황이 된다. 그건 부동산에 물어보면 대략은 알 수 있다. 경험이 어느 정도 있다면 좋은 자리를 권리금 내고 입점해도 무방하다. 시행착오를 적게 겪기 때문에 충분히 임대료가 높아도 돈을 벌 수 있다.
처음 도매를 시작하는 사람이 비싼 월세의 자리를 입점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시행착오의 시간이 매우 적어진다. 매달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비용이 소요될 텐데 그 비용을 버티질 못한다. 거래처가 잡히고 공장이 잘 돌아가서 디자인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곳이 아니라면 이런 좋은 자리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월세 내기가 매우 빠듯할 것이다.
조금 안 좋은 자리에 활성화된 상가에서 자리 잡는 것이 추천할만한 방법이다. 이곳에서 돈을 번다기보다 첫 목표는 밥값정도 버는 것이 목표다. 처음에는 이것조차 쉽지 않다. 몇 개월이 지나면 돈이 마르기 시작하는데 어디 쓴 것도 없는데 돈이 없다. 심지어 물건이 많이 팔린 것 같은데도 수중에 돈이 없다.
그 돈은 미리 계산한 원단값과 공임에 다 묶여있을 가능성이 높다. 재고를 한 장도 안 남기고 다 팔자신이 있다면 돈을 쥐고 있을 텐데 초보에게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 심지어 처음 만든 디자인들은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도 몇 달 후 눈물의 땡처리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차후 실력이 쌓이고 직원이 늘면 그때 좋은 자리에 권리금을 내고 들어가도 늦지 않다. 오히려 안 좋은 자리에서 살아남은 도매매장이 더 생명력이 강하다. 잡초 같은 마음으로 알뜰하게 운영하는 것이 현재 오랜 불경기에 더 어울리는 운영방법이다.
피해야 할 위치는 비활성화된 상가의 매장, 주변에 장사가 잘되어 보이는 매장에 없는 곳, 생산을 하지 않고 사입을 해온 물건을 도매에서 파는 곳, 물건을 너무 앞으로 많이 빼놔서 이동이 불편한 동선에 있는 곳 등 정도다. 어떤 자리던 손님은 한 번쯤은 오기는 온다. 지금은 실력이 쌓이기 전 시행착오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옷을 만들어보고 생산실수도 하다 보면 여러 노하우가 쌓인다. 안 좋은 자리에서 그런 경험들을 최대한 많이 해보는 것이 좋다.
좋은 자리에서는 이런 경험을 하면 운영이 되질 않는다. 매달 큰돈이 왔다 갔다 하는데 시행착오 할 시간조차 없다. 바로 보증금을 갉아먹고 몇 달 버티질 못한다. 그리고 옷을 몇 번 잘못 만들게 되면 자본금이 다 지출될 수 있다. 돈을 더 구해오지 않는 이상 버틸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까지 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시행착오는 안 좋은 자리에서 최대한 다 하고 오는 것이 돈을 절약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