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도매를 오픈하기전 원래 하고싶어하던 디자인의 방향이 반드시 있다. 잘 알고있고 자신있는 분야라고 생각하고 도매에 뛰어들기때문이다. 막상 매장을 오픈해서 야심차게 준비한 옷들을 소비자에게 내놨을때 시장의 반응은 무관심하고 냉랭하다. 새로 오픈한 매장이외에 기존에 손님을 꽉 잡고있는 매장들이 있기때문에 어지간히 새로운 컨셉이 아니고서는 손님이 거래처를 옮겨가지 않는다. 포화상태의 지금은 더이상 무엇이 나와도 새롭지 않다.
그래서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현실은 잘 팔리지않는다. 운이 좋아서 처음부터 주문이 오는 경우가 가끔 있기는하다. 좋은자리에서 시작하거나 시장 경력이 많더라도 첫 오픈이라면 어떤 옷이든 반응이 빨리 오지 않는다. 느리게 반응이 조금씩 오는데 그러다 보면 시즌이 지나가고 새물건을 준비해야할수있다. 기존 물건은 결국 못팔고 악성재고로 남게되는것이다.
그래서 1년이내 도매매장에 옷을 생산할때 최대한 보수적으로 알뜰하게 디자인을 내야할 필요가있다. 첫 오픈에 자신감에 찬 과감한 디자인보다는 소극적인것이 좀더 낫다고 생각한다. 뭘만들든 대부분은 땡처리로 가기때문이다. 20가지 정도를 만들면 2~5가지 정도만 간신히 팔리고 나머지는 재고다.
컨셉은 내가 정해서 하고싶은것을 해야겠지만 현실은 그곳에 지나다니는 사람을 위한 컨셉을 해야한다. 내 매장이 위치한 골목에 블라우스가 많아 블라우스가 괜찮은 골목이면 나도 블라우스를 해야 손님과 인사라도 할수가있다. 그곳에서 긴팔원피스를 한다면 외면받기 일쑤다. 차라리 내 컨셉의 블라우스를 하는것은 60점짜리 답은 될수있다.
매장에 손님이 오지않아 플랫폼에 업로드를해서 손님이 그것을 보고 구경하러 오는경우도있다. 몇번정도는 그렇게 방문하는것이 가능하다. 계속 찾아올만한 아주 좋은 가격에 매리트있는 디자인을 출고할수있다면 충분히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오픈 1년이 안된 매장에서 그런물건을 만들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생산기반이 잘 갖춰져있지않다.
손님이 다니는것을 빠르게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디자인을 내는것이 가장중요하다. 나의 컨셉을 펼치기위해 매장을 차렸지만 지금은 내 컨셉보다는 팔리는 옷에 더 집중해야한다. 당장 월세를 내야 차후에라도 내 컨셉을 할수있기때문이다. 월세를 못내면 어떤것도 의미가없다. 당장 팔리는옷에 집중해야한다. 오픈 1년이 안되었다면 반드시 기억해야한다. 돈은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나와 소비자의 손으로 나에게 건네주는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것을 줘야 그 돈이 내 주머니로 올수있다. 내가원하는것과 소비자가 원하는것이 일치하는것은 굉장히 드문일이다. 내가 맞춰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