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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버스 Jan 21. 2019

서울에 있었던 '쓰레기 산'

봉사처 이야기 #1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덮여 있던,
그래서 회복될 수 없었을 것 같았던
땅이 있었습니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노을공원'


과거 난지도를 경험한 분들은 잘 아실 테지만, 젊은 세대 중엔 과거에 이 곳이 거대한 쓰레기장이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과거 난지도의 모습. 쓰레기 더미의 끝이 보이지 않네요. <출처 - 구글 이미지>


하늘공원, 평화의 공원과 함께 월드컵 공원지구라고 불리는 이 곳의 행정구역상 명칭은 ‘난지도’입니다.


'난초와 지초가 풍요로운 섬'이라는 뜻의 난지도.


뜻만큼이나 과거에는 수많은 철새들이 찾았던 도래지였고, 깨끗한 수질과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었습니다. 데이트 코스로, 또 신혼여행지로도 각광받았었다고 하니 그 풍광이 얼마나 멋있었을지 상상이 됩니다.


하지만, 1978년 쓰레기 매립장으로 지정되며 난지도는 전례 없던 모습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쓰레기 매립장을 오가던 덤프트럭 <출처 - 다음 블로그 '구담'>
쓰레기 산사태로 사람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출처 - 다음 블로그 '구담'>


하루에 트럭 3,000대 분량의 쓰레기가 이 곳에 모아졌습니다. 서울시에서 버려지는 모든 쓰레기가 이 곳으로 모였다는 거죠. 피라미드의 33배 규모에 달했다니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연히 악취부터 그 주변의 생태계와 환경은 더 말할 것도 없었을 겁니다. 그 일대에 거주하는 시민들에게도 이 ‘쓰레기 산’은 크나큰 골칫거리였죠.


악취와 파리는 물론 넝마주이들이 넘쳐 났고,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난지도 사는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해요. 이렇게 난지도는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버려진 땅'이 되었습니다.


진짜 쓰레기 산이라고 불릴만한 모습. <출처 - 구글 이미지>


1978년부터 93년까지 15년 간 모인 쓰레기는 해발 95m가 되는 산(?)을 이루게 됩니다. 해외 뉴스를 보다 보면 나오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들보다 더 크고 거대한 ‘쓰레기 산’이 서울시에 있었다는 거죠. 그것도 두 개씩이나.


결국, 94년에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은 폐쇄가 되고, 서울시는 환경 보존을 위한 쓰레기매립장 안정화 사업과 생태공원화 사업을 추진하게 됩니다.


매립지를 중심으로 오염하수(침출수)의 한강 유입을 막고자 방벽을 두껍게 둘러쳤으며, 제1 매립지는 ‘노을공원’ 제2 매립지는 ‘하늘공원’으로 조성하며 평화의 공원 등과 더불어 월드컵공원지구를 만들게 됩니다.


난지도 생태공원 조성도 <출처 - 월드컵공원 홈페이지>


쓰레기로 인해 생기는 메탄가스는 월드컵 경기장과 인근 시설의 열에너지원으로 사용되었고, 생태공원 조성을 통해 사람이 유입되며 지역 활성화 및 경제적 효과도 창출하게 됩니다.


바람직한 환경 복원 사례가 된 것이죠.

 

폐기물 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공원 측면도 <출처 - 서울정책아카이브>


그러나, 문제는 ‘토양’이었습니다. 쓰레기 위에 흙을 덮었으니, 토양이 비옥 할리 없겠죠. 위 사진을 보면 폐기물층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실 수 있습니다.


땅이 자생할 수 있는 힘을 가지려면 생명력 강한 나무들을 주기적으로 심어 토질을 개선해야 합니다. 몇 년 동안에 걸쳐 정성으로 관리해야 가능한 어려운 일이죠.


실제 나무를 심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사진을 보시면 조금 더 경사가 와 닿으실 거예요.


나무를 심는 곳은 위의 사진과 같이 비탈 사면이 주를 이룹니다.


실제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 매우 가파르기 때문에 줄을 잡고 내려가야 해요. 이렇게 어렵게 내려가 나무를 심는다 하더라도, 척박한 토양과 뿌리를 내리기 힘든 환경으로 인해 죽어나가는 일이 허다합니다.


노을공원 시민모임 봉사자 교육 모습.


이 어려운 일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는 시민단체가 있으니, 바로 ‘노을공원시민모임’입니다.


‘노을공원시민모임’은 11년 창립 이후, 지속적으로 노을공원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습니다. 특히 ‘100개 숲 만들기’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일회성 나무 심기 행사가 아닌 숲을 만드는 데 힘쓰고 계시죠.


노을공원에 가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길가에 나무 간판을 보셨을 텐데, 모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숲들이랍니다.


노을공원에 있는 '어떤버스 정류장 숲'


어떤버스도 15년부터 지속적으로 노을공원과 함께 100개 숲 가꾸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어떤버스 숲은 심는 나무의 10분의 1이 죽을 정도로 척박한 땅이었는데요. 4년이 지난 지금은 울창한 숲이 되어 야생동물까지 찾아오는 곳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정기적으로 봉사자가 찾아가더라도 숲을 가꿔 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노을공원시민모임’에서 엄청난 헌신을 하고 계시지만, 넓은 지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비용으로 항상 많은 고충을 안고 계시죠.


저희도 해마다 많은 봉사자와 방문하고 있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서 심는 노을공원 나무 한 그루


저희는 작은 프로젝트를 하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노을공원 회복에 손을 보태고 싶지만 시간적, 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참여가 어려우셨던 분들이 간접적으로 동참하실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보았는데요. 노을공원을 상징하는 것(꾸지닥 나무, 삽, 장갑)들을 뱃지, 엽서 등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노을공원시민모임에 기부할 생각입니다. 


뱃지 하나가 곧 묘목 한 그루인 셈입니다.


집에서 노을공원의 숲을 가꾸는 셈이지요. 수익은 전액 노을공원을 위해서 사용되고, 후원해 주신 한 분 한 분의 성함을 노을공원시민모임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후원한 나무를 직접 심으실 수도 있습니다. 희망자에 한 해 4월 중으로 노을공원 나무 심기 봉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후원한 금액이 어떻게 쓰이는지 직접 보고 동참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뱃지의 퀄리티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작을 위해 일러스트레이터이신 'Grim-B' 배성태 작가님이 저희와 함께 해주셨기 때문이죠. 평소에도 캠핑 등으로 종종 노을공원을 방문하여 애정을 갖고 계셨다는 작가님은, 저희의 취지에 공감하시고 함께 좋은 활동을 하고자 흔쾌히 힘을 더해주셨습니다.



모두가 외면하던 '쓰레기 산' 난지도는 많은 분들의 노력 덕분에 나날이 '아름다운 공원'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초창기 사업 계획상 난지도 안정화 도달 시점은 2020년입니다. 완연한 도심 속 생태보고가 되어 시민들의 곁으로 돌아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요. 저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보다 많은 분들이 노을공원에 대해 알고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난초와 지초가 풍요로운 섬'이 우리에게 돌아올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우리는 좋은 일을 만듭니다. 다같이 즐겁게






노을공원 재생을 위한 기부 프로젝트 : https://tumblbug.com/mysterybus

노을공원시민모임 카페 : http://cafe990.daum.net/_c21_/home?grpid=1Ndao

더 자세한 난지도 이야기 : https://www.seoulsolution.kr/ko/content/난지도-생태공원화-쓰레기매립지에서-생태공원으로

'Grim-B' 배성태 작가님 : https://www.instagram.com/grim_b


Editor.달리는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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