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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as Aug 23. 2023

노엘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질 줄 몰랐다. 개든 고양이든 전혀 관심도 없고 길고양이가 보이면 꺅꺅 거리며 달려가는 직장 동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쩌다 이런 마음이 들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전 직장 회사 대표가 키우던 강아지 덕분인 것 같다. 그녀는 거의 매일 강아지를 데리고 출근을 했고 아이는 밝고 순한 성격이라 누구나 잘 따랐다. 그럼에도 한동안은 관심이 없었고 대면대면하게 지냈는데 그의 귀여움에 못 이겨 복실한 털 사이로 손을 넣은 어느 날, 그때 강아지의 뜨거운 체온을 느끼곤 이 아이가 사람과 같은 살아있는 생명임을 처음으로 깨닫게 된 것 같다. 나는 그전까지 반려동물을 무슨 생명 없는 인형으로 여겼던 걸까? 그때를 떠올리면 그 뜨거운 체온이 손바닥에 다시 느껴지는 것 같다.


그 후론 마치 나만 빼고 다 가지고 있는 것처럼 주변사람들이 모두 반려묘 또는 반려견이 있는 걸 알게 됐다. 관심이 없으니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엔 강아지를 키울 생각이었다가 지금 사는 집을 계약할 때 '반려동물 금지' 조항이 있었던 것이 떠올라 그 후로 끙끙 앓다가 그나마 조용히 키울 수 있을 것 같은 고양이로 관심이 완전히 넘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고양이도 발정기 때는 많이 운다고 들었다.) 그렇게 포인핸드와 고양이를 부탁해 카페를 눈팅만 한지 1년, 어제 마음에 꼭 드는 아기 유기묘들의 입양 공고가 올라왔다. 그동안 입양하고 싶은 고양이가 있어 연락을 하면 이미 입양을 보낸 경우가 많아서 이번에도 있으면 데려오고 없으면 다음을 기약하자,라는 마음으로 연락을 했는데 아직 입양가지 않았단다. 그런데 막상 데리고 오려고 하니 주저하는 마음이 생긴다. 


1. 내가 정말 책임질 수 있을까? 그건 의심의 여지없이 yes, 

2. 내가 정말 원하는 걸까? 주변 사람들이 다 키우고 있으니 나도 한 마리쯤 갖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3. 반려동물 금지 조항이 있는데 어떻게 해결하지? 남편이 한 번 혼나면 될 일이고 안된다고 하면 이사 가자고 한다.

4. 데리고 왔는데 흥미를 잃고 귀찮아하게 되면 어쩌지? 이 질문 자체가 고양이를 아직도 물건이라 생각하는 게 아닐까?


랜선 집사로 고양이들의 귀여움만 잔뜩 소비하다 정말로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할 상황이 오니 이렇게 뒷걸음질 치고 있는 내가 실망스럽다. 의기양양하게 입양 신청서를 썼던 오전의 내 모습 어디로 갔는가? 정말 원했던 것 맞아? 


그러면서도 고양이의 이름은 '노엘'로 정했다. 맞다. 노엘 갤러거의 노엘이다. 어제 티켓 예매에 실패해서는 아니고 오아시스를 좋아해서 예전부터 지어놓은 이름이다. 그런데 고양이 노엘 말고 진짜 노엘이 오게 될 줄 몰랐다. 아무튼 토요일에 노엘 데리러 대구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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