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하는 중에 문자가 왔다. ‘쿠팡 박스 12개가 배달 완료 되었습니다.’
어제는 정말로 재미없는 촬영을 했다. 포럼 촬영이었는데 카메라를 세워두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힘들지 않게 돈을 벌 수 있는데도 이런 촬영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촬영이 좋다. 그 상황이 몹시 스트레스였는지 끝날 땐 두통까지 왔다. 그래도 고양이를 생각하니 이런 일이라도 감사하다고 생각.
집에 오니 문 앞이 어제 주문한 고양이 용품들로 점령당해 있었다. 하나씩 뜯어보니 정말 하나하나 조악하고 하찮다.
‘이런 걸 좋아한다고? 정말 고양이는 참 모를 존재다.’ 사람도 손톱을 스크래쳐에 긁거나 카차카차 붕붕 같은 장난감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렸으면 좋겠다. 사람으로 태어나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분명 몇십만 원어치를 샀는데 정리해 보니 내가 뭘 샀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뭐가 없다. 이제 큰돈이 들어갈 물품 몇 가지가 더 남았다. 방묘창, 방묘문, 캣타워. 어림잡아 60만 원. 접종비, 중성화 수술비 35만 원. 초기 물품 30만 원. 곧 다가올 추석에 부를 펫시터 비용 15만 원. 검색해 보면 초기에 필요한 물건들을 설명해 주는 블로그나 유튜브가 많은데 막상 사고 보니 그건 정말 열 손가락 중에 하나만 설명하는 정도였다. 열 가지를 다 얘기해줘야 귀여워서 덜컥 데리고 왔다 버리는 일이 줄지 않을까. 돈이 있어 다행이라고, 돈을 벌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다. 많이 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