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as Aug 28. 2023

성공하는 것

어제 노엘의 솜방망이 펀치를 못 본 체하고 눈물을 흘리며(다행히 고양이들은 많이 잔다고 하니 자고 있었던 것 같다.) 들으러 갔던 수업은 덴마크 가구 디자인 수업이었다. 북유럽 가구, 조명, 디자인 용품들은 10년 전엔 관심이 많아 북유럽 여행까지 다녀왔었는데 지금은 한 풀 꺾여 그때만큼의 관심은 없다. 하지만 다음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까 싶어 신청했고 결과적으로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지만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북유럽 가구라 함은 핀율, 알바알토, 프리츠한센 정도밖에 몰랐었는데 생전 처음 들어보는 더 유명하고 현지에서 인정받는 공방과 장인들, 브랜드들이 많았고 다른 어떤 브랜드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한국에서 많이 알려진 브랜드는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케이스였다. 수업은 우리가 많이 들어본 한스 베그너나 폴 케흐름, 알바 알토 등의 디자이너들보다는 이들이 디자인한 가구들을 실제로 구현한 장인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돈을 많이 버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그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일했던 pp mobler의 장인들의 이름은 디자이너들의 이름보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세계적인 체인을 갖추고 10초마다 하나씩 의자를 찍어낼 수 있는 브랜드가 성공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조용한 기쁨을 느끼며 평생을 일한 그들이 성공한 것일까? 예술적인 것과 상업적인 것이 함께 성공할 순 없을까? 물론 그런 작품, 작가, 제품도 찾아보면 많겠지만 그것들은 어딘가 모르게 간지러운 부분이 있다. 성공은 각자의 기준에. 


며칠 전부터 읽고 있는 스틸라이프라는 책은 정말 어렵다. 책을 꽤 많이 읽고 꾸준히 읽어왔다고 자부하는데 이런 논문 같은 책을 소화시키기엔 아무래도 역부족인가 보다. 예전부터 정물에 관심이 많아서 제목과 평점만 보고 산 책이다. 유일하게 알아들은 내용은 여름 과일 바구니가 죽음을 상징한다는 것인데 챕터 2 두상으로 넘어왔을 때부터 그저 활자만 읽은 것 같다. 그래도 놓지 못하고 계속 읽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런 책도 쉬이 읽히는 지성을 갖고 싶다. 


3주 동안 촬영이 없었다. 일이 없는 동안 포트폴리오 pdf를 만들고 공부를 하고 영화를 봤다. 곧 추석이라 일이 많을 텐데 내겐 왜 의뢰가 오지 않을까? 그래도 퇴사하고 나서 달에 하나씩은 꼭 있었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다음 촬영 전까지 두어 개 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많이 경험하고 많이 성장하고 싶다. '연락이 올 때까지 메일을 계속 돌려봐야지, 어디 선간 연락이 올 거야. 내 작업으로 어떤 걸 하면 좋을까?' 매일 뛰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내 성공의 기준은 내게 기쁨을 주는 좋은 작업을 삶이 다 하는 순간까지 계속하는 것. 


아기 고양이 노엘은 책장 안 철학자와 늑대,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영어 원서 책 몇 권 위에서 잠들어 있다. 너는 이런 고민들 없이, 아무런 욕망 없이 행복하게만 살았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완전한 행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