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as Aug 29. 2023

아기 고양이 노엘

아기 고양이가 잠이 많다는 걸 이제 알았다. 거의 20시간을 자는 것 같다. 깨어나서 언제 잠을 잤냐는 듯이 우다다다 놀다가 잠이 오면 무릎 위로 기어 올라와 뺙뺙거리며 잠투정을 하곤 이내 잠든다. 일어나선 다시 밥을 먹고 우다다다. 노엘이 깨어나는 시간과 잠드는 시간은 알 수 없다. 어디 아픈 걸까 싶어 검색을 해봤는데 원래 잠이 많은건란다. 다만 하루에 먹어야 할 사료량의 절반밖에 먹지 않고 잠만 자는 게 걱정이다. 똥도 잘 싸고 쉬도 잘 싸는 것 보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모르겠다. 이 아이가 말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랜만에 비가 시원하게 쏟아진다. 노엘이 밖은 나갈 순 없어도 구경이라도 실컷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블라인드와 커튼을 활짝 젖혀두었다. 보고 있는 걸까, 보긴 한 걸까, 다시 무릎 위로 올라와서 창 밖을 향해 고개를 돌린 채 잠들었다. 


고요하게 비가 내리는 아침. 따뜻한 체온이 무릎 위에 퍼진다. 실컷 놀다 자고 싶을 때 까무룩 잠드는 아이의 태평함에 슬며시 미소가 퍼진다. 크게 심호흡 한 번, 아이의 볼록거리는 배에 맞춰 같이 숨 쉬어 본다. 오늘도 평온한 하루가 될 것 같다.


예전에는 행복한 일이 있으면 꼭 그만큼의 불행한 일이 곧 올 것만 같아 그 행복을 마냥 누리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엔 행복과 불행이 정비례한다는 생각이 나의 완전한 착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달 후 언제 비가 올지 알 수 없듯이 우리에게 미래를 알 수 있는 마법 구슬이 없듯이, 인생에 법칙 같은 건 없다. 그러니 행복하다고 느끼는 그 순간, 그 순간을 온전히 만끽하고 보내주어야 한다. 그렇게 꼭 쥐고 놓지 않은 행복들이 조금 더 머물러 줄지 모를 일이다. 노엘을 만난 후 정말 행복하다. 무릎 위에서 졸린 눈으로 나를 보며 서서히 눈을 감을 때 살면서 순수한 호기심만을 담은 눈동자를 본 적이 있었을까 생각해 본다. 아무런 의도도 욕망도 없는 그런 눈. 사람이 지키고 싶은 눈동자는 바로 이런 것이겠구나 싶다. 어릴 적 나의 눈빛도 이러했을까. 부모들이 아이들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본능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빛이 새겨주는 게 아닐까.



--

어제에 이어 읽히지 않는 책을 또 한 시간가량 읽었다. 읽다 보니 읽기 어려운 책이라면 관련된 다른 책부터 읽고 나중에 읽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어려운 이유를 따져보니 모르는 작가들과 인용 구들이 너무 많아서 주석을 읽느라 흐름이 계속 끊겨서였던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책들을 모두 읽고 다시 이 책을 읽을 순 없겠지만 더 큰 즐거움을 위해 뒤로 미뤄도 좋지 않을까. 책이 닳아 없어지거나 어디 도망가진 않으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성공하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