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노엘의 예방 접종을 다녀왔다. 이동 중 하도 울어대는 통에 마음이 아팠다. 귀에 진드기가 많이 나와서 정말 놀랐다. 가정 분양이라 건강할 줄 알았는데 유기묘였던 어미에게 진드기가 있었던 게 아니었나 추측해 본다. 그동안 많이 가렵고 힘들었겠구나, 귀를 닦아내고 약을 바르고 주사도 한 방 맞았다. 난리를 부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얌전했다. 내가 오히려 아이가 충격받은 것 같다고 호들갑을 떠니 수의사님이 얘보다 어린애들도 다 맞는다고 덤덤하게 얘기하셔서 좀 머쓱했다. 노엘은 집에 와서 하루 종일 잤다. 잠깐 일어났을 때에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는지 퉁퉁 부은 얼굴로 눈을 껌벅거렸다. 귀를 털 때마다 까만 딱지가 나왔다.
돌아오니 주문한 캣폴이 도착해 있어서 남편이 오길 기다렸다 저녁에 같이 조립했다. 생각보다 많이 크고 견고하고 돈을 쓴 만큼 비싸보였다. 두 달짜리에게 캣폴은 좀 유난인가,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잘 오르내리고 해먹이며 숨숨집이며 잘 사용하고 있다. 노엘은 뭘 사주면 다 잘 써서 기쁘다. 얘가 돈을 쓰게 할 줄 안다.
오늘 전에 같이 일했던 직장 동료와 오랜만에 만났다. 최근에 회사를 그만두고 쉬고 있다고 만나고 싶다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고민이 많은 것 같아 물어보니 4개월 전 내가 울먹이며 감독님께 얘기했던 고민들과 똑같아서 신기했다. 막상 반대의 입장이 되고 보니 예전엔 내가 해도 되지 않을 고민들을 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답답한 마음을 삼키고 응원의 말을 잔뜩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