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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as Sep 08. 2023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하루

오늘은 운동도 공부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열심히 메일을 돌렸더니 일이 들어와서 마음이 놓인 건지 왜인지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서 하루종일 드라마를 봤다. 요즘 화제인 '무빙'이라는 드라마를 봤는데 너무 특이하지도 너무 상투적이지도 않게  만든  같다. 그리고 상당히 잔인했다. 싸우는 씬에서 보통 때리고 맞는 효과음과 함께 어느 정도 선에서 끊는데  드라마는 상대방이 죽을때까지 때리는 장면을 끝까지 보여주는  아닌가. 류승범의 얼굴이 맞아서 찌그러지던  자꾸 생각난다. 오늘 꿈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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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볼 때마다 좋아하는 감독과 스타일이 바뀐다. 얼마 전까진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 콜드워, 이다의 파벨 포리코프스키(?) 였는데, 내일을 위한 시간을 본 후로 다르덴 형제의 작품들을 연달아 보고 있고 한 편씩 볼 때마다 볼 게 없어지는 게 아쉬울 정도로 푹 빠져있다. 주제, 스타일, 배우들의 연기 모두 훌륭하다. 특히 설정숏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시작하는 오프닝 시퀀스들이 굉장히 멋있다. 배우들의 뒷모습을 핸드헬드로 롱테이크로 따라가거나 화면에 배우의 얼굴이 꽉 찬 씬들이 많은데 이유 있는 핸드헬드와 이유 있는 앵글의 정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은 '인간의 일에 대하여'라는 뤽 다르덴 감독의 에세이를 읽고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사실 그의 글이 너무 어려워서 영화도 어렵고 재미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심오하고 깊은 생각들을 이렇게 심플한 스토리로 풀어내다니, 과연 거장이라 불리는 사람은 다르구나 싶다. 취약한 사회 시스템과 인간의 모순성 등 사회의 어두운 면면들을 얘기하면서도 끝엔 연대의 희망을 보여준다. 나는 이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가 평소에 무얼 보고 무얼 먹고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하다. 오늘은 또 무얼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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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가 원래 잠이 많다고는 하지만 노엘은 병원에 다녀와서 잠이 부쩍 더 많아진 것 같다. 기력도 좀 떨어진 것 같아 걱정이다. 귀의 진드기 약이 효과가 있는지 머리를 한 번씩 털 때마다 검은 귀딱지가 사방에 떨어진다. 나는 쫓아다니면서 치우느라 조금 바빠졌다. 노엘은 오늘도 정말 많이 귀엽다. 아이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귀 진드기가 생기는 원인에 대해서 알아보던 중 사료가 건강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혹시나 해서 알아보니 내가 먹이고 있는 사료가 기호성은 좋으나 성분은 최악이라고 한다. 맛있는 건 몸에 나쁘다. 사람 음식이나 동물 음식이나 다를 게 없구나 싶은데 이미 입을 버려놨으니 어떡하나 싶다. 첨에 샀던 비싸고 성분 좋은 사료를 잘 먹지 않아서 기존에 보호자가 먹이던 걸로 바꾼 거였는데 맨 처음 샀던 걸로 조금씩 늘려야겠다. 똥 치우는 건 일주일만 재밌었다. 이제 똥 치우기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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