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머릿속은 온통 고양이 생각뿐이다. 정말 내가 이 정도가 될 줄 몰랐는데 너무 귀여운 걸 어떡하나? 보고 있으면 도파민이 마구 솟으니 다시 보고 싶고 또 보고 싶고 계속 보고 싶다. 잠들기 전엔 빨리 내일 아침이 되어서 폭신한 노엘의 가슴털을 만지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그리하여 요즘 검색하는 것이라곤 고양이 발톱 자르기, 고양이 사회화, 고양이 이빨 닦이기, 고양이 사료 등등 온통 고양이에 관련된 것뿐인데 오늘 검색어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바로 '고양이가 똥을 안 덮는 이유'
오늘 아침에도 늘 그랬듯이 호들갑을 떨며 노엘을 예뻐해 주고 화장실 청소를 해주려고 봤더니 글쎄 똥이 모래 위에 그대로 있지 뭔가. 이제껏 배변 처리를 말끔하게 해 왔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어디가 아픈가 싶어 걱정하며 검색을 해봤더니 고양이가 변을 모래로 덮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이 구역의 일인자이며 주인을 자신보다 아래로 생각해서란다. 정말 너무 웃기고 어이가 없다. 아무래도 내 사랑이 너무 과했나 보다. 오늘부터 신경을 좀 덜 써야겠다. 노엘이 애교를 부리면 이 세상을 다 안겨주고 싶다가 하악질이라도 하면 좀 웃기지만 이 작은아이에게 마음이 진심으로 상한다. 그러다 다시 졸졸 따라오며 애교를 부리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풀려버리니 인생을 고양이처럼 산다면 못 가질 사람 마음 없겠구나 싶다. 고양이에게 배우는 처세술. 네게 배운 걸로 나는 다시 우리 집 일인자로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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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드디어 오펜하이머를 봤다. 사람들이 극찬을 해대면 괜히 보기 싫어지는데 그래도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이니 극장에서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오랜만에 극장에 갔다. 결과는 기대했던 것보다 재미없었다. 예전엔 이런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정말 재밌었는데 요즘 보는 영화들이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사실주의 영화들이라 그런지 연기와 설정 모두 과하게 느껴졌다. 메시지도 너무 직접적이랄까. 요즘 보고 있는 영화들이 극영화 위주였다면 다르게 느껴졌을까? 아무튼 지금으로선 그렇다. 조금 더 사실적이고 일상과 맞닿아 있는 게 좋다.
비단 오펜하이어여서가 아니라 요즘은 영화 한 편 보는 것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사실 요즘 보는 영화들은 다 몇 번이나 끊어서 보고 있고 영화란 것이 한 번에 보라고 만든 것일 텐데 이렇게 봐서 내리는 감상이 맞을까 의문스럽다. 영화뿐만 아니라 책도 타이머를 사서 25분씩 끊어 읽고 있는 지경이다. 뇌를 정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 발명되었으면. 아침마다 리셋되었으면. 그런데 진심 영화든 ott 드라마든 2시간 이하로 만들어주면 안 될까?
영화 관련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긴다. 예전엔 그저 예쁜 구도와 색감을 가진 영상만 좋아했고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했다면 지금은 내가 정말 표현하고 싶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정립하는 게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형식은 이야기에 따라오는 것. 그동안 영상을 만들면서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레퍼런스 삼아 그럴듯해 보이게 마무리 짓는데만 급급했지 나의 취향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취향도 뭘 알아야 생기는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조금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