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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as Sep 27. 2023

녹색 광선

비행기 안에서 보려고 받아둔 에릭 로메르 감독의 녹색 광선을 지금에서야 다 보았다. 너무 졸려서 5번 정도를 끊어서 봤는데 제대로 본 건지 모르겠다. 여 주인공이 너무 자주 운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녀는 아마도 극 F일 듯.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그녀가 왜 고기를 먹지 않는지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었는데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주변 사람들은 그 의견을 받아들이든 아니든 경청하는 장면이 한국 문화와는 참 다르구나 싶었다. 


또 한 가지는 프랑스에서 바캉스 기간에 어디 가지 않고 파리에서 보내는 것을 패배자처럼 여긴다는 것인데 바캉스 계획이 어긋난 것을 무슨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여기며 시종일관 우울해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바캉스는 정말 중요한 일임을 알게 됐다. 그리고 연애에 진심인 것도!


영화의 색감이 무척 아름다웠다. 옛날 영화답게 화려한 카메라 무빙이나 트릭 없이 담백하고 스토리도 느슨했다.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한 소심한 여인이 바캉스 기간 동안 로맨스를 꿈꾸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결국 운명의 남자를 만난다는 것인데 아주 단순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따라가고 있는 감독의 시선이 작은 참새를 좇는 눈 같이 귀여웠다. 


큰 사건 없이도 몰입할 수 있는 영화가 있을까? 너무 어려운 일이다. 잔잔하지만 계속 보고 싶은 영상, 계속 듣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일상 속에서 부단히 수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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