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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as Oct 12. 2023

고양이 노엘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지난 한달간 고양이에게 미쳐 지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온 신경이 노엘을 케어하는 데 가 있었다. 그 정성을 알아주든 말든 그런건 전혀 상관이 없이 다른 생명에게 마음을 쏟는 경험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아기를 가져도 자연스럽게 이런 태도가 되는걸까? 


노엘은 네다섯 시간만 깨어 있고 하루종일 잔다. 처음엔 어디가 아픈가 싶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깨어나 있는 동안은 우당탕탕 집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는 걸 보니 건강한 것 같다. 밥도 잘 먹고 똥도 잘 싼다. 


노엘의 털은 비단결같다. 노엘의 부드럽고 포근한 털이 맨살결에 닿을때의 감촉이 너무 좋아 하루종일 껴안고 있고 싶다. 밥을 먹을땐 턱이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그 자그마한 입을 한껏 크게 벌려 밥을 한가득 입에 넣는다. 깃털 장난감에 미치지만 매일 같은걸로 놀아주면 반응이 이내 시큰둥하다. 마음에 드는 장난감은 하루만에 수명을 다한다. 캣타워의 우주선 공간을 제일 좋아한다. 마치 감시하는 듯 내가 어디에서 무얼하든 투명한 창 너머로 따라다니는 그녀의 시선. 처음보는 사람에게 더 사교적인데 모르는 사람에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볼 때면 내가 정말 하인이 된 것 같다. 끈을 좋아한다. 높은곳을 오르내리기 전, 똥을 싸기 전 울어댄다. 아마도 봐 달라는 것 같다. 요리를 하고 있을 때에도 발 아래에서 울어댄다. 노엘이 정복하지 못한 유일한 곳이 부엌 싱크대이기 때문이다. 


노엘을 만나고부터 우리집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귀여워'와 '사랑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나의 노엘. 나를 단번에 홀려버린 나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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