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대단해서 질투조차 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경외심이나 동경의 감정이 나를 이곳에 붙들려 있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좋은 영화를 보면 이걸 찍은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하고 책이며 인터뷰를 뒤져보는 편인데 대부분 본인만의 철학이 있고 그것을 관철시키기 위한 인고의 단계들이 있다. (그러나 관객은 눈치채지 못한 채 그저 즐긴다.) 감독은 영화감독만을 뜻하는 줄 알고 한평생 지내온 터라 내게 누군가 감독이라고 부르면 정말 쑥스럽고 숨어버리고 싶다. 나는 어떤 이야기도 만든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그러나 이제는 부족하다고 해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관심과 사랑도 재능, 나를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을 작품들이 아직 세상에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