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as Apr 16. 2023

아이스크림과 유리

읽다 만 책들이 머리맡에 뒹군다. 공부를 위해 산 책과 누군가 추천해 준 책,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등 책이라는 것 말고는 서로 아무런 관련도 없는 내용의 책들이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읽어야 안심이 되는 행동을 활자중독이라고 하던데 중독은 아무래도 좋지 않은 말이니까 사랑이라고 하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계속해서 한다는 것은 틀림없이 사랑일 것이다.


책을 읽다 잠드는 날엔 갖은 이야기들이 꿈속에서 재현된다.  영화를 보다 잠든 날이면 비슷한 영화들이 뒤섞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콜미바이유어네임의 펄먼의 대사를 비기너스의 할인 한다던가, 근래 보았던 페인  글로리의 살바도르의 집에 연인이 아닌 기린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타난다던가 하는 식이다. 그러고 보니 외국 영화에서 지혜를 알려주는 소위 현자 캐릭터의 모습다들 비슷한  같다.


글을 잘 쓰고 싶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이야기를 잘 만들어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어떤 작품이건 본질은 이야기에 있고 그것이 출발이자 도착점이기도 해서 제일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천재가 아닌지라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이 매일 밤 꿈속처럼 어질러져 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두서없이 종알대는 아이처럼 내 글은 늘 숨이 가쁘다.


며칠 전 어떤 영화를 봤는데 다른 내용은 잘 모르겠고 유리 조각 위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 같다는 표현이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 그러니까 그런 상태에서는 아이스크림은 버리고 발에 박힌 유리조각부터 빼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삶이 한 번에 한 가지 감정만 명료하게 쥐여 준다면 환희로 가득 차거나 고통으로 일그러진 글 정도야 손쉽게 쓸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그런 건 가짜라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고 재미도 더럽게 없겠지. 영화든 문학이든 회화든 유리조각 위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이 훨씬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 혼돈 속에서 이야기를 길어낼 실력이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적정 온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