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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as Apr 18. 2023

고성

강원도 고성에 다녀왔다. 촬영차 다녀왔는데 하루종일 카메라를 들고 있었더니 손과 팔이 아프다. 비까지 오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네이버에 '고성'을 검색해 봤다.


고성은 북쪽으로 통천군, 남쪽으로 속초시, 서쪽으로 회양군과 인제군에 접하고, 동쪽으로 동해에 면하고 있다. 서쪽은 금강산(金剛山:1,638m)·무산(巫山:1,319m)·향로봉(香爐峰:1,293m)을 연결하는 태백산맥의 분수령이 험준한 산악을 이루고, 동해안 쪽으로 급사면을 이루다가 해안에 이르러 좁은 평야를 이룬다.


서울에서 고성으로 가는 길은 꽤 멀다. 어제는 날씨가 그리 좋지 않기도 했지만 양양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중간에 안개로 뒤덮인 구간을 만나게 되는데 그 구간을 지나면 마법처럼 날씨가 갠다.  한국은 작은 나라라 이렇게 날씨가 급변하는 구간이 없을 줄 알았는데 지금 검색해 보니 그곳이 태백산맥의 분수령이 아니었을까 싶다. 고도의 차이로 날씨가 바뀌는 것은 상식적인 일인데도 나는 이제껏 한국을 참 평평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고성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관광지가 아닌지 바닷가에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공현진항 해안가에는 마치 누가 세트를 지어놓은 것처럼 멋스러운 바위 덩어리가 우뚝 솟아 있고 바위 사이로 소나무들이 억세게 자라나 있다. 바위도  단장한 것처럼 말끔하다. 통상 한국의 해안은 낚싯바늘이며 담배꽁초, 쓰레기가 뒹굴고 있을 텐데 이곳엔 조개껍질과 소나무 이파리들만이 얕은 파도에 떠밀려 찰박 거린다. 정말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보기 좋아야 할 텐데 페트병 하나 꽂혀있지 않은 해안가가 기묘하게 느껴졌다.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보물 같은 곳이라기 보단 쓰고 버려진 해안 같은 느낌이라 그런 것 같다.


해는 잠깐 비췄다가 온통 구름으로 뒤덮여 원하는 느낌을 담아내지 못해서 실망스러웠다. 야외에서 촬영하려면 정말 그 무거운 조명을 가지고 움직여야 할까. 얼마 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자서전에 적은 야외든 실내든 카메라맨은 한 명, 조명은 이동하면서 찍었다는 글이 떠올랐다. 아마 다큐멘터리 감독의 dna를 가지고 있어서 가능한 게 아닐까 싶은데 어떤 영화였는지 다시 찾아봐야겠다. 나로선 그런 상황은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데 한국의 영상 자영업자들은 이걸 혼자 다 해내니 더 대단한 것 같기도.


돌아오는  안에서 어제 나를 고용한 감독이 조연출에게 자신은 이제 그만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쩐지 그날 전혀 의욕이 없어 보인다 싶었는데 그래서 그랬구나. 문득  주변엔 열의에 가득  사람들만 있구나 싶었다. 만나면 푸념은  하지만 어쨌거나  버텨보자로 다들 마무리 짓곤 하는데 정말로 그만두고 싶어 하는 사람을 보는  진짜 오랜만이다. 그의 말을 조용히 듣고 상황을 파악해 보건데 그는 다른 사람들의 재능에 굴복한  같았다.  이상 잘할것 같지 않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 상태. 내겐 모션그래픽이 그랬는데 그만둔건 백번   선택인  같지만 계속 했으면 분명 어느 위치 정도에까진  있었을텐데, 같은 아쉬움도 있다. 그래도 결국엔 내게  맞는 일을 찾았으니 방황은 좋은 여정이었구나 생각한다.  분도 분명 이제까지의 밟아온 길들이  좋은길로 안내하겠지.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리고 이번엔 똑같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하며 집에 돌아왔다. 힘든 지점마다 분수령에  있다고 생각하면 견딜  있지 않을까. 쓰다 버린 해안가 같은 나의 재능에 파라솔을 세우고 제로콜라를 마셔야지. 하는 생각. 쓰레기는 가져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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