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영화 하나 더! 영화 '마인'

철학적 밀리터리 무비

by 미스틱

*영화는 취향의 영역이고 해석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니 무리가 있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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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DVD 쟈켓만 보고는 화끈한 밀리터리 액션인 줄 알고 봤다가 완존히 뒤통수 맞았던 영화 하나 소개합니다.

2016년작인데 많이 알려지진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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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영화 제대로 된 포스터 일텐데.. 상술이죠 뭐. 그런데 보고 나서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오히려 유쾌하게 뒤통수 맞았다 싶었습니다.


흔한 총격씬이나 바디 액션과는 전혀 거리가 먼, 그냥 지뢰를 밟은 한 군인이 사막 한 가운데서 옴짝달싹 못하는 단순 줄거리 영화인데, 오로지 지뢰를 밟은 한 곳에서만 모든 이야기가 전개됨에도 전혀 긴장을 풀 수 없을 만큼 플롯 구성이 뛰어난 작품입니다.


연인과 갈등을 겪던 한 젊은이가 파병을 지원했다가 재수 없게 지뢰를 밟습니다. 이후, 사막의 모래폭풍, 그리고 더위와 추위, 늑대들과 사투를 벌이는데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권총 자살을 결심합니다.

그때 갑자기 현지인(현자)이 나타납니다. 그는 마치 주인공에게 삶의 철학을 가르치려고 등장한 타자로 형상화 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환상들은 지난날에 대한 회한과 더불어 깨달음을 얻는 장치로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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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에 다시 나타난 현지인의 대사를 통해 그가 앞서 주인공에게 지껄이듯 내뱉은 말들의 의미가 ‘절망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라’는 뜻이었음이 드러나는 순간, 이 영화는 밀리터리 무비가 아닌 철학을 얘기하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주인공이 애타게 찾은 무전기 즉, ‘라디오’의 의미가 그 현지인에겐 어떤 의미였는지, 아귀가 들어맞는 순간에선 ‘음, 이건 철학 영화군.’하고 확신했습니다.


그 현지인은 사람을 절망에 빠뜨리는 것도 사람(자신)이고 구원하는 것도 사람(타인)임을 은유적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 좋은 격려를 해줘도 본인이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아무 소용없음을 말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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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선 현재 지뢰를 밟고 한번, 과거에 세 번, 총 네 번에 걸쳐 무릎을 끓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미 그는 과거에도 세 번의 지뢰를 밟았던 것입니다.

결국 그가 밟은(또는 밟고 있는)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와 같은 트라우마와 원망 섞인 내면의 분노였음을 말합니다.

이런 장면은 밀리터리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데, 영화 내용을 다 말할 순 없지만 내용을 읽으며 감상하면 지뢰를 밟은 자세의 반복은 그가 밟고 있는 것이 곧 무언가 터질까 두려워 버티고 버티며 누군가 구원해 줄 때까지 끝까지 밟고 있는 자신의 과거였음을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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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에 지칠대로 지쳐버린 그에게 현실과 환상이 뒤섞여 보이게 되는데, 그의 상처는 그저 과거(신기루)였고 그 때문에 현실을 회피하며 살았던 그가 이제 현실에 맞서 적극적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벗어나고 있음을 교차편집을 통해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감독의 재능이 발휘되는 장면입니다.

이제 그는 내면의 상처를 씻고 공포를 이겨내어 사막의 신기루처럼 자신을 가두었던 벽을 뚫고 앞으로 나아 가야 합니다.


뭐 내 멋대로 해석한 거지만, 어쨌든 밀리터리 무비 덕후로써 화끈한 총격전을 기대했다가 엉뚱한 메시지를 읽으며 감상하니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뒤통수 맞는 거 질색인데, 그래도 영화의 만듦새도 깔끔하고 긴장의 완급조절도 좋고 특히 메시지 전달 방식이 기발해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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