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는 중년.
황사가 심한 날이었다.
그래서인지 버스엔 승객이 나밖에 없었다.
얼마 안 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대 여섯의 사내아이들이 올라탔다.
한눈에도 불량해 보이는 그 아이들은 타면서부터 시끄럽더니 맨 뒷자리에 모여 앉아 욕으로 대화했다.
그 아이들은 웃으며 욕을 했지만 그 욕은 진화된 욕이 아닌, 전혀 웃기지 않은 '날 욕'이어서 뾰족하게 내 귀를 후벼 팠다. 가뜩이나 우울했던 나는 신경까지 날카롭게 곤두섰다.
한 정거장 넘어 이번엔 아줌마 무리가 탔다.
조용히 책을 접었다. 차라리 창밖을 보기로 했다.
곧 하이 톤의 수다와 날 욕이 섞이고 승객이 열 명이 채 안 된 버스는 순식간에 도떼기시장이 됐다.
“얌마!! 욕 하지 마!”
내가 최대한 목소리를 깔고 최대한 힘줘 욕했다.
“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아이가 대답했다.
내 기선이 먹혔다. 쫀 것이다.
쪽수에 쫀 나도 누가 대답을 했는지는 못 봤다.
“이게 니들 스쿨버스야? 대중교통 예절 몰라?”
기선을 잡은 김에 훈계를 보탰다.
눈은 아이들을 향했지만 이번엔 아줌마들에게 한 소리였다.
아줌마들이 조용해졌다.
이번엔 아이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아서 더 하다가는 반란이 일어날 것 같아 자세를 바로 했다. 버스엔 책 보는 사람이 없어서 내가 다시 책을 폈다.
‘저것들이 한꺼번에 달려들면 어쩌지?’
‘선빵으로 다시 기선을 잡아야 하나? 아니, 폭력의 나쁜 점을 조심스럽게 설명하며 타일러야 하나?’
몇 정거장을 더 가는 동안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애들이 내릴 때 난 못 본 척 했다.
그리고 다음 정거장에 내려 되돌아 걸었다.
아까 걔들과 같이 내렸어야 했기 때문이다.
격투기 같은 운동을 할 배워 둘 필요가 있다고 걸으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