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악할지언정 사악해지지 않는 그런 날이 있다.
하루하루 넘기는 게 너무 힘들어 일상이 힘에 부치게 부대끼고 내 마음 같지 않아 막 나가고 싶은 그런 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의 끈이 간신히 정신 줄을 불안하게 붙들고 있음을 느끼는 씁쓸함에 서늘해지는 그런 날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일상에 매몰되어 스스로를 숨기듯 글쓰기를 두 달가량 금지한 오늘, 알코올의 힘을 빌려 나를 토해낸다.
아무도 이 글을 안 봤으면 하면서도... 누군가 나를 모른 척 곁눈질로 봐주었으면 하는 그런 오늘이다.
오늘은 고작 그런 날이다.
이런 내가 아프게 몸서리치도록 귀여운 오늘이다.
나 이외에 모든 사람이 평안했으면 좋겠다.
영악할지언정 사악해지지 않는 나를 어스름 지켜보며 안도하는 오늘이다.
오늘은 고작 그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