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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ty 묘등 Apr 02. 2021

초등학교 입학 하루 전날 시상詩想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송수호(松水湖)


[8세_2019.03.03]


송수호


살랑살랑 바람 아래

소나무 한 그루 그 옆에

연못 하나 있으니 꽃들이 반갑게

맞아주네

"꼬마 창작자가 거쳐가고 있는 현재의 시간을 존중하며, 본문의 표기에 아무런 수정을 가하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이 정한 '규범화된 표기법'에 맞게, 잘못된 글자를 바로잡아야 할 것인가, 띄어쓰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글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었습니다만, 결국 창작자 이현경의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자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시인이자 작가인 이현경이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이 그녀의 글과 그림 속에 오롯이 담기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훗날 이 작품들의 역사가 작가이자 시인인 이현경의 소중한 역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출처: 동화작가 전이수의 "걸어가는 늑대들" 중 편집자의 마음을 발췌]   

때는 바야흐로 딸의 초등학교 입학 하루 전 날인 2019년 3월 3일입니다.

회사 일로 이래저래 심란한 차에 마음을 다스려보고자 처음으로 온라인 독서토론이라는 것을 시작합니다. 마음 다스림이 목적이기에 독서토론 도서는 [도덕경]으로 결정했습니다.


봄이 꼬물꼬물 거리며 오고 있던 차에 이른 봄을 느껴보겠다고 베란다 테이블에 앉아 책을 펼쳐 듭니다. 놀고 싶다고 조르던 딸이 엄마의 단호함을 이기지 못하고 엄마 옆 의자에 자리하고 앉습니다.

 

[1~3장]을 반복해서 읽어도 머릿속은 하얗고 '나라는 인간이 생각이라는 것이 있나' 자책하면서 머리를 쥐어짜며 단상을 창조해봅니다. 그러던 중 옆에 조용히 앉아 꼼지락거리던 딸이 궁금해집니다. 연필을 들고 스케치북을 앞에 펼치고 있는 것을 보니 그림을 끄적이고 있나 봅니다. '무얼 그리고 있나?' 흘깃 들여다보니 스케치북 좌측에 글씨가 보입니다.


"딸, 뭐 하고 있어?"

"시화 그렸어."


다시 보니 좌측 글씨들은 시詩가 맞습니다.

자발적 시화詩畵 창작활동의 기특함에 뿌듯해하려던 찰나, 제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송수호] 소나무 송松, 물 수水, 호수 호湖


스케치북에는 '소나무'와 '연못' 그림이 그려져 있고, 시에도 '소나무'와 '연못'이라는 단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 딸에게 한자를 가르친 적이 없는데, 이 아이는 어떻게 제목을 지은 거지?'

딸이 대답합니다.


"소나무가 있고, 물이 있는 호수가 있으니 송수호지."

"아~ 그렇구나. 우리 딸 멋지네."


독서토론 숙제는 완수해야 했기에 딸의 생각에 깊게 들어가지 않습니다.

관심 어린 방임의 육아방식이 딸의 창의력과 사고력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다고 (뻔뻔하게) 자부하며, 딸에게 잠시 뺏긴 시선을 급하게 나에게로 돌립니다.


엄마의 자기중심적 집중력으로 본의 아니게 혼자만의 시간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던 딸은 초등학교 입학을 하루 앞두고, [송수호]를 시작으시상詩想이 폭발하기 시작합니다.


-후속 작품은 다음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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