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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ty 묘등 Apr 09. 2021

44년 만에 밝혀진 내 발의 비밀

발꿈치 뼈가 자라는 요족의 실체

걸을 때마다 오른쪽 발 뒤꿈치의 통증이 간헐적으로 느껴집니다.

처음 느끼는 통증이라 신경에 거슬립니다. 최근 평소보다 많이 걸은 것도,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도통 통증의 이유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극심한 통증은 아니기에 '이러다 나아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2주일을 흘려보냅니다. 그러다 요 며칠 전부터 통증이 아킬레스건까지 타고 올라갑니다. 뭔가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러다 병 키우겠다는 불안감에 병원을 찾습니다.


다각도로 X-ray를 찍고 진료실에서 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습니다.


나는 요족(오목발)이었다.


"양쪽 발 모두 아치가 높은 편입니다. 평발의 반대라고 할 수 있죠. 단단한 발이라고도 하는데 그래서 발바닥, 발목, 무릎, 종아리 등에 힘이 더 들어가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염증이 발생해서 통증이 유발될 수 있고요."


평발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요족은 처음 처음 들어 생소하기만 했습니. 

요족은 발아치가 높이 올라가 있는 평발과 반대의 체형인데, 요족의 경우 걸을 때, 발가락과 발의 뒤꿈치만 땅에 닿게 됩니다. 이렇기 때문에 좁은 부위에 체중이 실려 오래 걷거나 뛰는 경우 발바닥 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요족을 치료받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 발가락의 변형과 함께 허리 통증, 관절염 등이 야기될 수 있습니다.


요족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발도장을 찍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발에 물을 묻혀 신문지에 찍어 발바닥이 다 찍혀 있으면 '평발', 중간 부분이 살짝 비어 있으면 '정상'이며, 발가락과 뒤꿈치만 찍혀 있으면 ‘요족’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 분포를 보면 건강한 사람의 발과 비교했을 때, 지지되는 면적이 좁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의료기기 박람회를 갈 일이 있어서 부스를 둘러보다가 발도장을 찍는 형태로 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을 측정하는 검사기기를 발견합니다. 44년 만에 내 발이 '요족'이었음을 인지한 지 얼마 안 된 때라 서슴없이 체험을 신청하고 검사를 진행합니다. 역시나 화면에는 선명하게 발가락과 뒤꿈치만 찍히고 중간 부분은 공허하게 비어있는 것을 확인합니다.


검사를 진행해주시던 직원이 확인 사살을 합니다.


" 요족이시네요. 드문 케이스이세요. 보통 요족이어도 중간 부분이 이렇게 뻥 뚫려있는 경우는 흔치 않거든요.


'네~네~, 자~알 알겠습니다.'를 속으로 되뇌이며 씁쓸하게 돌아 나옵니다.


내 발꿈치에는 잉여 뼈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첨언을 합니다.


"그리고 발뒤꿈치에 뼈가 자랐어요. 양쪽에 다 있네요"

"네? 발뒤꿈치에 뼈가 자랐다고요?"


당황한 상태로 X-ray를 보니 둥근 발뒤꿈치 한쪽 면에 꼬리가 달린 것처럼 뾰족한 뼈가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발뒤꿈치 하부에 통증이 있는 환자 중 약 50%에서 방사선 소견상 발뒤꿈치 뼈의 바닥에서 발바닥을 향해서 뼈가 가시 모양으로 자란 현상이 발견되는 데 이를 발뒤꿈치 뼈 돌기 증후군이라 한다. 치료는 대개 비수술적 요법으로 좋아진다. 아킬레스건 스트레칭 운동이 특히 효과적이다. 물리치료, 보조기, 부목 고정, 소염제, 스테로이드 국소 주사 등이 흔히 쓰는 방법이다.


'허걱! 가지가지하네.' 당황해서 마음속 말을 내뱉을 뻔했네요.

조금만 더 컸었으면 하는 키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키 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엉뚱한 곳에서 자라난 뼈가 야속기만 합니다.


치료 방법을 확인해보니, 3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1. 발뒤꿈치 뼈의 석회질을 제거하는 체외충격파 쇄석술

2. 추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염증(족저근막염)을 확인한 후 물리치료와 약물치료 병행하기

3. 요족이라는 발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므로 이를 교정하는 교정 깔창


잠시 고민에 빠졌다가 3안을 선택합니다.

우선 1안은 일종의 뼈를 깎는 시술방법으로 느껴져 아플 것 같습니다. '뼈를 깎는 고통'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 같지 않아 무조건 아프리라는 선입견이 작용합니다. 고통을 감내할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으므로 PASS!

2안의 경우 초음파 검사, 다회에 걸친 물리치료, 매일 먹는 약... 생각만 해도 번거롭습니다. 게다가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기적 병원 방문을 통한 치료는 귀찮음을 발동시켜 PASS!

그래서 굳이 3순위로 제안한 3안을 주저 없이 선택하기로 합니다.

교정용 보정 깔창을 처방받아 운동화에 정성스레 깔아준 후 병원 밖으로 나옵니다.


낯 선 깔창의 감각을 느끼고 있자니 갑자기 어이가 없어집니다. 내 평생 44년을 살아오면서 내 발이 어떻게 생겼는지 조차 모르고 살았습니다. 본의 아니게 비밀을 간직한 채 혹사당하다 이제는 도저히 못 버티겠는지 자신의 정체를 아픔을 통해 드러낸 발에게 미안해집니다. '나는 참~ 나를 모르고 살고 있구나'라는 어이없는 회한이 듭니다. 안 그래도 나이가 40줄을 넘어서면서 여기저기 신체 각 부분들이 통증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며 관심을 갈구함이 분명하게 느껴졌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 내가 내 몸에 무심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라도 반성하고 내 몸이 '뜻밖의 신체의 비밀 발견' 형태로 알아지지 않도록 깊은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들여다봐야겠습니다.




(타이틀 이미지 출처 : Pixabay ,Elisabeth Leun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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