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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 Dec 31. 2019

12월 31일에 일하는 것

단기 파업에 돌입합니다

아무리 내가 일에 대해 열정이 좀 있는 사람이라도, 모두가 한 해를 정리하며 고요히 쉬는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렇게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하고 앉아있으려니 짜증이 난다. 왜 난 휴가도 낼 수 없는 직업을 생업으로 선택하게 되었는가, 수도 없이 스스로를 탓하고 상황을 원망하던 나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서럽고 힘이 든다. 커피를 입에 부어 넣어도 기분이 나아지질 않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어떤 감흥도 없다. 그냥 집에서 이불 속에서 잠이나 자게 해달라고 외치고 싶다.


하지만 이렇게 생업으로 오늘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는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니겠지. 하지만 역시 그렇다고 내 기분이 나아지지는 않지.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고 누구에게도 친절할 수 없는 순간들에 의지를 내야 하는 건 살아있기 때문에 받는 형벌인가? 


이런 기분도 점차 수그러들 것이고, 몇 시간 후면 난 퇴근을 할 테지만 역시나 이 모든 것들로 위로가 되지 않는 순간이 있다. 일년에 몇 안되는 데 그 날이 바로 오늘이다. 난 오늘 영혼으로 파업한다. 내 육신은 일에 매여있으나 내 영혼을 쏙 빼고 일을 할 것이다. 기계처럼, 로봇처럼. 아무도 내 파업을 말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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