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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 Dec 29. 2019

우리는 왜 일하는가

모든 직원은 돈 때문에 일한다는 한 경제학자의 이데올로기를 의심하며

일요일 밤이고, 우리는 내일부터 다시 일터에 나간다는 사실에 조금씩 우울해하고 있다.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지. 라고 체념한지는 이미 오래된 것 같다. 카드값과 공과금, 월세나 이자, 그리고 대출도 있다. 우리는 일을 하고 그 댓가로 삶의 기반을 마련하고, 생활을 하며, 인생을 산다.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우리가 생활에 필요한 돈을 위해서 일을 할까? 정말 그것이 유일한 이유일까 의심해볼 여지는 있다. 모두가 일을 싫어하지. 어디서 100억이 떨어지면 누가 출근을 할까? 건물을 사지. 이런 말들은 누구도 반박하려 들지 않고 애초에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정말 돈이 다일까?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 <TED:우리는 왜 일하는가>에서는 일이 단순히 밥벌이 수단에 그치지 않는 다는 점, 자율성과 통제권이 있고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는 일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목적이 될 수 있다는 점, 인간의 도덕적 선함이 존재한 다는 점 그리고 더 큰 목표를 추구하는 헌신이 더 행복한 삶과 만족스러운 일터, 일꾼, 사회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책 안에는 다양한 조사와 연구, 실험 등이 나온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책 초반에 언급된 대학병원의 건물관리인의 사례이다. 이 '청소부'에게는 긴 직무기술서가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일이 기술서에 있는 청결유지나 비품관리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환자들과 그의 가족들을 세심하게 살피며 그들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나아지는 데 자신의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 환자가 걷기 연습을 하고 있으면 그 구역의 청소는 나중으로 미룬다. 환자와 그들의 가족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그는 이것이 그의 주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직무기술서에는 없는 일들을 하고 있던 것이다. 누군가의 통제와 감시 없이도 그는 자신의 일에 더 헌신하고 몰입하며 자신의 마음을 다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법학 전공생들에게 이 전공을 지원한 이유를 물으면 60프로 정도의 학생들이 법률지식에 지적 흥미를 느껴 지원했다고 하지만, 다른 법학생들의 지원 이유를 맞혀보라 하면 "높은 수입을 위해서"라고 대답하는 비율이 60프로 이다. 즉 우리는 일에서 돈 이외의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자신을 오히려 소수라 여기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하는 이유는 돈이 목적이라고 아주 쉽게 단정내린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이 일을 하는 이유는 돈이며, 인센티브 등과 같은 것이야 말로 근로의욕을 높일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주장한 사람은 애덤스미스 였다. 하지만 이것도 한 명의 경제학자가 주장한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우리는 너무 쉽게 이 이데올로기를 자본주의와 결합하여 의심해볼 가치도 없는 하나의 진리인양 의식구조에, 사회 시스템에 고착시켜 버렸다. 사실 인간은 그보다 더 복합적이고 더 큰 가치를 추구하는 성향이 분명히 있음에도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어왔던 일에 대한 신화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런 신화에 바탕을 둔 업무환경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사례들을 보며 기업에서 또 크고 작은 사업체에서 근로환경을 조성할 때 더 혁신적이고 융통성인 시각을 갖는 것이 절실하다 느꼈다. 물론 내 자신의 업무와도 연결시켜 보았다. 내가 지금 일을 몇 년 동안 관두지 '못하고'있는 것도, 사실 못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는 내 의지도 '안하고' 있는 것인 것 같다. 나는 내 일에서 어느정도의 자율성과 통제권을 갖고 있고 때때로 내가 누군가의 삶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그래도 이렇게 버티고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일은 왜 하는 걸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고 나는 어떤 근무환경을 원하는 가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해볼 것이다. 완벽한 대안이나 변화, 상태는 없다. 우리는 계속 그것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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