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이 Jan 12. 2020

내 집이 더럽다 욕하지 마라

진심으로 집안일은 외주를 하는 게 맞다. "바깥일 하는 누군가와 집안을 돌보는 누군가"라고 역할이 지정된 가부장제가 어쩌면 (성별을 빼고 이야기했을 때) 더 이치에 맞다. 집안일은 누군가가 전담해서 하지 않으면 쥐뿔 티도 안 나고 끝도 없다. 


나는 풀타임 직업인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일에 집중하고, 틈나는 대로 운동을 한다. 물론 출근 전, 퇴근 후에 멍 때리는 시간이 있지만 그건 그 나름의 역할이 있다. 에너지를 필요한 곳에 쓰기 위해 웅크리고 있는 때이다. 


고양이 한 마리와 좁은 곳에서 같이 살고 있는데, 그가 내뿜는 털은 매일 바닥을 닦아도 몇 시간도 안돼 청소 전 상태로 돌아간다. 고양이도 먹고 싸는 존재이므로 그의 화장실도 매일 깨끗하게 유지시켜 줘야 한다. 나는 매일 바닥을 닦고,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넌다. 간간히 설거지를 하고, 화장실 청소도 한다. 그러나, 집안일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침대 시트도 털어야 하고, 빨래도 소재나 색깔에 맞춰 여러 번 돌려야 하며, 구석에 쌓인 먼지나 찌든 때들도 주기적으로 닦아내야 한다.


주말에 손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달래 분리수거와 냉장고 청소, 빨래 2판을 돌리니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하지만 집안을 둘러보면 여전히 청소가 필요한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허무하고 짜증이 난다. 어느 순간부터 옷은 옷걸이에 걸지 않고 대충 다리미판 위에 널어놓았다. 


누군가가 우리 집에 오면 어수선하다고, 좀 정리하고 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집안일을 혼자 총괄, 매니징하고 실행까지 완벽하게 하는 것은 풀타임 워커에게 너무 큰 기대이다. 사실, 나는 이런 집안 꼴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어 나 자신을 가장 비난했다. 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고 싶다. 집이 좀 어수선한 건 어쩔 수 없다. 나는 가사를 분담할 누군가도 없고, 가지고 있는 성실성과 집중력은 일에 쏟고 있지 않은가? 다른 사람들은 일도 집도 잘 가꾸며 사는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 일이야 내가 알 바 없다. 난 내 페이스대로 꼼지락 거리면 살면 되는 거 아닌가 싶고.


하여 난 집안일은 그냥 적당히 대충 하기로 결심했다고 선언하는 바이다. 더 이상 누구도 날 비난하지 말라. 특히 나 스스로에게 엄중하게 고하고 싶다. 더 이상 자신을 비난하지 말라고.

작가의 이전글 춤을 추세요. 확실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